[사설] 한국세무사회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마이웨이’선언하는 집행부…“세무사회는 누가 감시-감독해야 하나”
‘배타적 기조’ 독자 운영될 경우 이를 방치할 당국이 있을까?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9-05-13 09: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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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감사결과 지적사항에 ‘자치법규’ 주장 앞서 명확한 입장 내놔야
공공단체 부정하면 존재의미 상실, 1만3천여 회원 삶 누가 책임질 건가…

내달 금년도 정기총회를 앞둔 세무사업계에 뭔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자신들의 심장(心臟)격인 한국세무사회를 마치 남의 몸통보듯 무심했던 종래 기류가 바뀌고 있다. 회원들은 물론 세무사회 집행부내에서도 오랜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자성(自省)의 외침이 흘러나온다.

  
오는 6월 한국세무사회 정기총회에 즈음, 본지가 마련한 ’특별기획‘<’19년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왜 중요한가?>‘에 세무사업계의 관심이 지대했다. 동 업계발전을 염원하는 기고문도 적잖이 답지, 동참을 해줬다. 이들은 세무사업계가 당면한 현실진단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진솔한 의견을 담아 현 집행부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연전만 해도 한정된 시장수요에 쏟아지는 신규인력 문제가 초미의 현안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욕구와 불만이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집행부가 잔뜩 긴장해야하는 이유다. 우선은 변호사 등 외부 직역단체들의 세무시장 진입 시도가 집요한 상황에서 ’가깝고도 먼 당신‘이 되어가는 유관기관과의 썰렁한 관계에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나 세정파트너인 한국세무사회를 ’패싱‘하는 것 같은 작금의 국세행정 기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집행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사무실 운영이 가뜩이나 어려운 터에 세무사들의 입지를 더욱 옥죄는 세정기조에 대한 불만이다. 미운 당국보다 세정환경 변화에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무대책 집행부에 더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018년 기재부 감사결과에 많은 관심과 함께 진솔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세무사회 집행부는 이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또한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있다. 특히나 세무사회의 임원선거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다수 발생한 점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합당한 개선책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예산이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고문료 지급방식의 선명성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세무사업계는 지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큰 덩치에 반해 체력은 허약한 기현상이다. 이미 '회원 수 1만3천명'시대를 넘어서 주변사회로부터 이목을 받은 지 오래건만 질적 성장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처럼 세무사계가 외화내빈(外華內貧)을 면치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그들의 권익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일반 회원들의 안일한 경영 마인드가 제 발목을 잡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세전문가집단에 걸 맞는 큰 안목의 ‘어젠다’ 설계가 미진했던 점은 크나 큰 실책이다.


납세자들에게 조세전문가로서의 세무사 집단이 하나의 전형적인 직업 군(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이 같은 근시안적 안목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납세자의 눈에는 자신들의 권익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줘야 할 조세전문가로서의 소명의식이 너무나 희미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자니 늘 납세자와 함께하면서도 그들의 절대적 조력자라는 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사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국세무사회의 제반 현안사업도 거의가 잡다한 이해관련 사항일 뿐,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려는 전향적인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논리로나 명분으로나 조세전문가에게 당연히 부여돼야 할 '조세소송 대리권'의 추진역시도 의욕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쟁취하려는 결기(決起)보다는, 그 어떤 상황변화에 기대려는 안이함이 엿보인다.


'세무사들의 진정한 힘'은 다른 곳이 아닌 납세자로부터 나오는 법인데, 엉뚱한 곳에서 힘을 빌리려했다. 세무사제도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납세권(圈)에 호소하기보다 국회 쪽만 바라봤다. 번지수도 잘못 짚었으며 너무나 단견적 수익사업 위주로 세무사제도를 운용해 온 감이 크다. 세제개혁 시즌에 즈음, 납세자 권익 대변자로써 굵직한 대(對)정부 세제개선 건의 등 조세전문가 집단다운 면모를 부각시킬 만도 했는데 실기(失機)를 거듭했다.


조세소송 대리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라는 ‘브랜드’를 우리사회의 '최상위 가치'로 끌어올린다는 사명감으로, 진작부터 서둘러야 했다. 당장의 수익 보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영양가(?) 없는 업무분야로 치부, 이를 미뤄왔다면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너무나 서글프다. 이처럼 오랜 동안 기존의 업무영역에 안주해온 결과 조세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이미지 부각에는 모두가 소홀해 온 것 같다. 어느 정도 공격적인 경영을 해 왔던들 현실은 사뭇 달랐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사회적으로 품위를 유지해 가는 세무사들의 공통분모를 보면 한결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다. 이들은 납세자가 자신들을 찾기 전에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사안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여기에 비용을 들여가며 홍보를 하고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개념으로 사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찍이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회장단으로 선출되어 세무사회 집행부가 구성됐더라면, 또 그런 ‘그룹’들이 업계를 이끌었다면 상황이 어땠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세무사회에 대한 회원들의 집단 무관심이 자초한 결과로 세무사업계 스스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간혹 세무사회 임원가운데는 회 운영과 관련한 조세전문매체의 지적에 “왜 남의 살림에 간섭(?)이냐”고 불쾌감을 표하는 분이 있다. 그러나 어디 한국세무사회가 사(私)조직인가. 한국세무사회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들의 단체로서 납세자 권익보호와 성실한 납세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준공적(準公的) 소명이 부여된 공공단체(公共團體)를 한낱 사사로운 ‘친목단체’ 쯤으로 이해하는 임원이 있다면 할 말을 잃는다.


지금 한국세무사회는 1만3천여 회원을 포용하는 거대 조세전문가 집단으로서, 납세국민에 대한 신성한 납세의식 계도(啓導) 의무가 그들 어깨에 엄숙히 지워져 있다. 이는 세무사회가 ‘그들만의 복리 집단’이 아님을 의미한다. 때문에 세무사회에 대한 정부당국과 언론 등 사회적 감시기능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 업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는 기재부 감사 결과 지적된 개선사항이나 회원들의 여망과는 달리, 선거관리 규정 등 현행 회칙은 한국세무사회의 ‘자치법규’라는 주장을 내세워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의 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도대체 누가 감시-감독을 해야 하나.


납세국민의 납세계도와 세무행정의 일부분을 위임받은 조세전문인 단체가 끝까지 ‘배타적 기조’로 독자 운영될 경우, 이를 방치할 당국이 있을까? 행여 라도 상대 못할 단체로 낙인 찍혀 세무사회의 위용과 지위는 오간데 없이 잔영만 남을 경우, 1만3천여 회원의 앞날과 삶의 터전은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이제 한국세무사회가 다시 서려면 그 존재이유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19년 한국세무사회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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