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벤처펀드 투자금 절반 수도권으로…“지방 권역별 투자공사 세우자”

박정선 기자

news@joseplus.com | 2026-10-02 21:39:54

2021~2025년 지역 벤처펀드 투자액 4,655억원 중 47.7%(2,220억) 수도권에 유입
전국 벤처투자사 88.9% 수도권 편중…신규 벤처투자도 5년간 비수도권 20% 불과

지방 산업의 경쟁력을 살리겠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이 조성한 ‘지역 벤처펀드’의 투자금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하남시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 벤처금융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모태펀드가 출자해 결성된 지역벤처 모펀드는 총 12개(결성액 1조 223억원)이다. 모펀드의 출자를 받아 실제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개별 하위 펀드(자펀드)들이 2026년 8월까지 444개 기업에 집행한 투자액은 4,65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비수도권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2,435억 원(246개 사)에 그쳤다. 전체 투자 집행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47.7%인 2,220억 원(198개 사)은 수도권 기업에 투자됐다. ‘지역 펀드’라는 간판을 달고 조성됐음에도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으로 역류한 셈이다.

개별 펀드별 실태를 보면 이러한 역류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1년 결성된 ‘충청 지역뉴딜 벤처펀드’의 경우 비수도권 기업에는 411억 원(34개 사)이 투자된 반면, 수도권 기업에는 1.8배에 달하는 732억 원(56개 사)이 집행됐다.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역시 수도권 투자액(33억 원)이 비수도권 투자액(29억 원)을 웃돌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벤처투자 인프라의 극심한 수도권 편중이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의 벤처투자회사 253개사 중 88.9%인 225개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비수도권은 28개사(11.1%)에 불과하다. 유한책임회사(LLC) 역시 수도권 비중이 89.8%(53개사)에 달한다. 

신규 벤처투자도 수도권에 쏠린다. 최근 5년간(2022~2026년 6월) 전체 신규 벤처투자액(30조 1,335억 원) 중 비수도권 비중이 20.9%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모펀드의 자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88곳(공동 운용사 포함) 중에서도 65%인 57곳이 수도권 소재 운용사였다. 지역기업을 발굴해야 할 운용 주체 대다수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펀드 수도권 유출은 제도 설계 문제…“권역별 투자공사로 패러다임 바꿔야”

모펀드의 느슨한 지역 의무투자 비율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2021~2024년 지역 모펀드의 지역 의무투자 기준은 ‘지방정부 출자금의 2배 이상'에 그쳤다. 지자체 출자 비중이 낮다 보니 같은 기간 조성된 지역 모펀드 6,134억원 가운데 지역 의무투자액은 2,775억원(45%)에 불과했고, 나머지 55%는 수도권에도 투자할 수 있었다.

충청 지역뉴딜 벤처펀드 역시 지역 의무투자액은 306억원이었지만 산하 자펀드의 수도권 투자액은 732억원으로 비수도권 411억원의 1.8배에 달했다.

이광재 의원은 “지방에 투자하라고 만든 국가 펀드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가는 것은 제도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돈은 결국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지역에 돈을 단순히 내려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이 직접 투자를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역의 특화된 산업과 투자 여건에 맞춰 민간 자본의 활력을 권역 단위로 집중시켜야 한다”며 “이제는 지역별로 자본과 전문 인력, 투자 결정권을 함께 갖춘 지방 권역별 투자공사를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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