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빗장 풀리는 세무사업계 “이젠 긴 잠에서 깨어나야”

세상변화 못 읽은 한국세무사회 집행부
모순투성이 세무사법 안일한 대처로 일관
이젠 의원님 팔 비틀던 낡은 개념 버리고
총회계기 미래지향적 세무사회로 거듭나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1-06-07 1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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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를 간절히 기대했던 세무사법 개정안이 또다시 불발, 달을 넘겼다. 이에 낙담한 세무사업계는 큰 실망감에 젖어 있다. 그동안 회원들에게 희망을 잔뜩 심어줬던 세무사회 집행부 역시도 허탈한 분위기다. 국회에서 입법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 700여명의 예비세무사들(?)은 직업 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

 

아직은 이 법안이 국회계류 중이라지만, 향후 세무사법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세무사 업역(業域)은 이미 빗장이 풀렸다고 봐야 한다. 세무사자격 자동취득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해도, 일단 제방(堤防)에 구멍이 뚫리면 전면 붕괴는 시간문제다. 세무시장의 제한적 진입이긴 하지만, 변호사들에게도 세무업무를 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세상변화를 읽지 못한 집행부 사람들의 오만과 오판, 그리고 현행 제도에 안주하던 회원들의 안이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국회쯤이야?” 하는 과거 전력(前歷)만 믿고, 이번에도 의원님들 팔 비틀기로 이 법안이 통과될 줄 알았던 게다. 동등한 세무사자격 소지자 중 일부 층에 규제를 가하는 모순투성이 세무사법 개정안이 말썽 없이 굴러갈 줄 알았다면 착각도 유분수다. 정부에서 내준 똑같은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이쪽 길은 가도 되고, 저쪽 길은 가면 안 된다단서를 붙이는 '불공정'한 제도가 과연 정상인가.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나 회원들은 배타적 제도에 안주, 적잖은 세월 긴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세무사들의 진정한 힘'은 다른 곳이 아닌 납세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법인데, 엉뚱한 곳에서 힘을 빌리려했다. 세무사제도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 쪽만 바라봤다. 번지수도 잘못 짚었으며 너무나 단견적 수익사업 위주로 세무사제도를 운용해 온 감이 적잖다. 한마디로 세무사업계의 앞날을 설계하는 어젠다부재가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외곽단체에 의해 업역을 침범당하면 그때서야 이를 막느라 여의도(국회)를 찾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니 잘해봤자 본전 찾는 장사에 진을 뺏다. 우물 안에 갇혀 바깥세상 변화에 둔감했다.

 

두 얼굴의 기형적 세무사법만 해도 진즉에 바로 잡았어야 했다. 납세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정연한 논리로 국세당국과 세제당국을 설득해 초장부터 합리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틀어야 했거늘, 각자의 수익계산에만 급급한 나머지 납세자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조력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세제개혁 시즌에 즈음해서도, 납세자 권익 대변자로써 대()정부 세제개선 건의 등 조세전문가 집단다운 면모를 부각시킬 만도 했는데 이 또한 실기(失機)를 거듭했다. 납세국민들은 세무사가 자신들의 세무조력자라기 보다 일개 사업자로 비춰졌을 게다.

 

그 뿐인가. 변화가 요동치는 주변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안 제시는 고사하고 매년 회장단 선거 때면 일부 특정세력들이 등장, 회원 간의 심한 갈등을 부추겼다. 이들은 자파세력의 세무사회 장악을 위해 특정인물을 회장 후보로 앞세워 죽기 살기로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한 과열선거는 회원 간의 극심한 분열을 야기, 업계가 풍비박산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무사업계는 내편 네 편으로 갈라짐으로써 귀중한 자산인 동력(動力)’을 잃었다.

 

회원들 먹거리 창출에 역동적인 여타 자격사 단체들에 반해 세무사회의 수익창출 전략은 너무나 빈약했다. 연전, 금융위원회의 외부감사법 개정을 소환해 보자. 이웃 공인회계사회는 외감법 개정을 통해 명분과 잇속을 동시에 챙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표준감사시간제도입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감사보수와 연계되는 만큼 수가(酬價)동화 (현실화)를 의미한다.

 

십 수년간 수임료 동결(?)로 사무실 경영이 어려운 세무사업계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 된다.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손익계산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회계사회 수장의 출중한 혜안이 매우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금도 회계사들은 이 외감법 개정을 회계개혁법라 명명(命名)하고 있다. 그만큼 큰 의미가 담긴, 획기적 제도로 받아드리고 있다. 또 변호사회는 어떤가. 그들 역시도 업역 확장을 위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세무시장을 두드려 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무사회의 대응은 과거의 아날로그식 그대로였다.

 

이제 세무사회도 기존의 고유업무방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담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거시적 안목에서 조세소송대리권쟁취에도 불을 다시 지폈으면 한다. 조세실무가 일천한 변호사에게는 세무업무의 길을 터주는 마당에, 정작 조세전문가인 세무대리인들에겐 조세소송대리권이 차단돼 있는 현실에서 이율배반적 모순점이 드러난다. 세무사업계 일각에서는 당장의 수익과 연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 반갑잖게 여기는 층도 있으나 이것이야 말로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고품질서비스는 세무사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수십 년간 발이 묶인 이른바 기장료현실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 기장료가 아닌 고 품질 서비스에 따른 용역제공 대가(對價) 개념으로 받아드리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제 세무사업계는 냉정한 성찰로 과거 회기식의 낡은 패러다임을 털어버리고 미래지향적 어젠다로 현실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평소 세제당국 등 관계기관과의 신뢰를 다지는 한편, 정연한 논리로 세무사법 개정과 관련한 입안은 초장부터 물꼬를 바로잡아야 한다. 맥없이 손 놓고 있다가 세제 보따리가 국회라는 종착역에 도착해서야 허둥대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젠 시대가 변해 국회만 뒤 쫒는 낡은 버전으로는 업계 장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내주부터 서울세무사회(14~15)를 시작으로 세무사업계의  새로운 수장(首長)을 선출하는 지방회별 순회 투표가 진행된다. 부디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떠나 현실 인식이 편협한 후보는 과감히 비토하고, 업계 앞날을 담보할 수 있는 진솔한 인물을 수장으로 뽑아야 한다. 조세전문인다운 집단지성으로 새롭게 변신한 한국세무사회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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