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신임 국세청장에게 거는 납세기업들의 소박한 기대

감사원도 납세자권리침해 적잖이 지적하는데 국세당국의 뿌리 깊은 적폐 왜 시정 않나?
세무조사절차 준수 등 내규 문제 계속 외면…신임청장 '국민이 편안한 세정'약속 꼭 실천을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0-08-24 08: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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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납세기업들은 조심스런 기대 속에 김대지 신임 국세청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국세청장 발탁인사가 매우 순리적이었다는 점에서 김 국세청장 역시도 합리적인 인물로 받아드리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이번만큼은 납세자권리침해 사례가 아직도 상존하는, 국세행정의 적폐가 신임청장에 의해 과감히 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국세청의 가장 화급한 현안은 세수확보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염려스럽게도 올해 세수전망이 매우 어둡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정부들어 첫 세수펑크도 냈다. 때문에 납세권(圈)에서는 희망 섞인 기대 반(半), 강공세정에 대한 우려 반으로 신임 국세청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 국세청장의 1차적 소명은 안정적인 국가 재정수입 조달에 있다지만, 실은 납세자 권리 보호, 그리고 공평한 과세가 으뜸이 돼야한다. 납세의무 못지 않게 납세자 권리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국세행정에도 뿌리 깊은 적폐가 적잖이 쌓여있다. 노골적인 ‘정치적 세무조사’는 모습을 감췄다 해도, 다수 기업들이 겪고 있는 ‘갑질 세무조사‘는 아직도 개선의 길이 멀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기업을 겨냥한 쥐어짜기 세무조사는 정치적 세무조사보다 폐해가 크다는 것이 납세권(圈)의 하소연이다. 전임 청장들 대부분이 ‘정권발(發) 외풍’을 막겠다며 정도세정을 외쳐댔지만, 정작 세무조사절차 부문과 같은 내규문제 시정엔 ‘나 몰라라’해 왔다. 바깥세상을 향해 띄우는 메시지와는 달리, 응당 시정해 줘야 할 납세자들의 소박한 세심(稅心)은 외면한 것이다.


납세자들은 정상적인 과세권 발동에 의해 탈세가 사전에 예방되고 또 적기에 교정이 되어 줄 때 비로써 국세행정을 믿고 따라준다. 그런데 정작, 당국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세무조사 절차‘ 준수문제엔 딴청을 부리고 있다. 납세자권익침해 사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 당국과 납세자간에 세법 해석상의 견해차이로 줄다리기를 하는 현장이 바로 세무조사이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상의 ’납세자권리 헌장‘은 선명하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납세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납세자 권익보호에 대한 국세청의 실천의지를 선포하는 선언문이 담겨있다. 특히나 납세자는 신고 등의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조세탈루 혐의가 없는 한 성실하다고 추정되며, 법령에 의해서만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공정한 과세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과 범위에서 조사받을 권리가 있음도 명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도 세정 현장에서는 납세자권리구제와 관련해 가슴을 치는 납세자가 한 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불복청구 사안 심리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쉽다는 것이다. 상급심으로 가면 납세자 주장이 인용될 것을 뻔히 일면서도, 억울한 납세자를 외면하는 심사청구제도가 왜 존치하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국세당국 입장에서는 조세심판원 등 상급심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으며 절대인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라지만 납세자에게 이 같은 사정을 강요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외려 향후 감사를 우려해 “일단 과세를 하고 보자”는 식으로 몸을 사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감사원이 단행한 국세청에 대한 ‘납세자 권리보호 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납세자 권익침해사례가 적잖이 나타났다. 체납액 완납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몇 년간 압류해제를 안 해, 다수의 납세자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는가 하면, 끝내는 당해 납세자가 권리보호요청 하니 그제 서야 압류해제를 한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세당국이 이 같은 사례를 가벼운 일로 치부한다면 큰 오산이다.


언제부터인가 국세행정 기조가 납세자 밀착세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름 하여 현장 중심의 국세행정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 하에 납세현장을 찾아간다. 여기에는 국세청장이 몸소 선봉장이 되어 뛰고 있다. ‘납세자소통팀’과 함께 산업단지 등을 방문, 세정지원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기업 및 혁신 중소기업에 대해 전천후 세정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 같은 세정기조에 납세권(圈)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벤트성 세정쯤으로 치부하는 층도 적지 않다. 납세자들의 가장 큰 소망은 ‘과세행정 품질개선’에 있는데 납세자 소통주간과 같은, 규격화(?)된 행사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특히나 세무사업계는 국세당국의 현장 밀착세정으로 납세자들로부터 세무대리인의 존재와 역할이 과소평가될세라 조바심이 크다. 납세자들은 중요 납세의사 결정과 관련, 세무사들을 상담파트너로 여기는데, 그런 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세당국은 세무대리인들의 고유 업무야 말로 ‘납세자 밀착형’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작금의 국세행정 기조는 조사요원은 물론 일선직원 마저 납세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완충지대가 곧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이다. 때론 정도(正道)를 벗어난 당국의 부과처분에 분(憤)을 삭이지 못하는 납세자들의 세심(稅心)을 달래주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이렇듯 세무사들은 세정 최 일선에서 국세당국과 납세자간 중간 위치에서 세정의 윤활유 역할도 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네 납세환경의 현주소다. 때문에 국세당국과 세무대리인과의 공존관계는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나 홀로 세정’은 국세당국자들의 오만과 아집으로 비칠 수 있으며, 결코 세정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세청 조직운영 면에서도 역효과를 우려하는 세정가의 소리에도 귀를 기우릴 필요가 있다. 국세행정 수장(首長)이 직접 납세현장에 뛰어들 경우, 지방청장은 물론 일선 관서장들의 존재의미가 희미해진다는 지적이다. 지역세정 운영에 책임을 지고 앞장서야 할 지방청장과 관서장들을 일선세정의 방관자(?)로 주저앉게 만든다면 이는 스스로 조직약화를 자초하는 우(愚)나 다를 바 없다. 일각에서는 근자의 ‘서비스 세정’을 가리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대표적 사례라는 얘기가 나돈다. 납세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세정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연히 세세한 부문까지 과욕을 부린 나머지 주된 기본업무가 부실해 진다면 당국이나 납세자 모두에게 득(得) 될게 없다는 얘기다. 세정의 일정부문은 세무대리인에게 위임해 주는 등의 공조(共助)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주문도 제기되고 있다. 제한된 세정인력으로 보다 경제적인 세정을 구사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이다.


김대지 신임 국세청장은 엊그제 취임식에서 납세서비스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설계,새로운 10년을 바라보고 국세행정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대외에 공표했다이에 따른 실천 사항으로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조직 활성화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납세자들의 소박한 세심(稅心)을 바로 읽고 시류에 편승치 않는 정도(正道)세정에 힘을 쏟아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곧 납세자로 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며, 진정한 국세행정 개혁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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