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국세행정 공론화’ 바람직한가

기존 전문가 시스템으론 부족했나, 모든 정책과정 국민참여 천명한 국세청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데-각 계층 여론 분출에 휘둘리면 어쩌나…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9-03 08: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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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행정의 공론화’를 대외에 천명했다. 286명의 중견간부들이 참석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다.

 

그는 국세행정 모든 정책과정에 실질적 국민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공표했다. 정책과제 발굴에서 설계·집행·평가 등 정책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국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세정모델 구축이다.   

 
이름 하여 ‘국민디자인단’을 본격 운영해, 시민참여 탈세감시체계인 ‘바른세금 지킴이’ 활동과 함께 ‘시민감사관’도 출범시킨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시민감사관’들이 국세공무원의 청렴도를 모니터링하고 부조리 취약요인을 선제적으로 평가·개선하게 된다.


이제 멀지않은 날, 납세자들이 국세공무원들의 ‘준엄한 평가자’가 되어 인사 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 오뉴월에도 납세자의 오금을 시리게 한다는 세무조사도 옛말이 된다. 외려 조사요원들의 간담이 써늘해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국세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눅이 들세라 우려가 들 정도다. 일단은 국세행정을 투명화 함으로써 ‘유리알 세정’을 펼치겠다는 한 청장의 의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세정가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제도화 되지않은 공론화에 정책결정을 맡기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세무행정은 일반 조장행정과는 달리 기술행정 분야라는 점에서 특단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조세학자들이나 세정전문가들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세제-세정분야다. 그러기에 세정가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을 세정의 공론장(公論場)으로 끌어드려 여론화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부를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각 계층으로부터 여과(濾過)없이 분출되는 여론에 외려 국세행정이 휘둘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세청이 현재 운영 중인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등 주변에 포진된 조세전문가 집단 활용만으로도 정책과제 발굴 및 설계·집행·평가 등 정책 전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에 부족함이 없을터인데, 왜 굳이  ‘국세행정의 공론화’를 들고 나오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네 세법을 예로 들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기에 시도 때도 없이 뜯어 고친다. 해마다 갖가지 세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나든다. 모두가 이유 없는 법안 없겠지만 너무 지나친 감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개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세법은 정치논리 등 조세정책 외적 요인에 의해 순수성을 잃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표(票)퓰리즘 등 바깥여론에 휘둘리기 일쑤란다. 여기에 이권단체들의 목소리도 가세, 우는 아기 젖 주기식이 되다보니 누더기 세법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세무행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때는 친근한 세정 이미지를 심기위해 ‘따뜻한 세정’을, 더 나아가 ‘납세자가 참여하는 세정’을 표방한 적도 있으나, 모두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사실 세무행정은 그 특성상 따뜻할 필요도, 차가울 필요도 없다. 튀지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게 상책이다. 태생적으로 납세자와의 관계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기에 그렇다.

 

조용한 가운데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해 나가면서 각종 과세정보에 입각한 근거과세에 노력을 기우리면 그것이 바로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행정이 되는 것이며,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세정가의 오랜 격언에 많은 층이 공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세청장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무게가 실려 있어야 한다.


우선은 납세국민 앞에 ‘당당하고도 강한 국세청’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납세 질서 유지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 구현에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줄 것, 안 내줄 것’ '보여줄것, 안보여 줄것' 가리지 않고 속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국세행정의 권위를 위해서도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정의 권위주의를 털어내려다, 국세행정 '권위'자체에 흠집을 내는 우(愚)가 되지 않기를 세정가 사람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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