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 교수 “세제는 각 국가 차원 아닌, 전 세계 차원에서”

“조세정책의 올바른 판단 기준은 ‘국가재정건전성’에 있는 것”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율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1997년 외환위기 사태도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악화에서 발생
서정현 기자 | suh310@joseplus.com | 입력 2018-04-01 0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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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교수

 

정부는 앞서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 국회로 이관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2017 세제개편안은 현재 개회 중인 정기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
쳐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중 특히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의 인상부문에 대해 납세권(圈)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정기국회에 즈음해 조세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안창남 강남대 교수를 만나 정부의 ‘2017 세제개편안’에 대해 정밀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Q. 정부의 올 세제개편안에 따라 특히 내년부터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이 2%포인트 오른 42%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3%포인트 오른 25%로 높아진다. 이에 재계는 물론 조세학계에서도 세계적인 법인세율 인하추세에 반할 뿐더러 결코 증세효과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재 35%에서 20%로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발표했으며 영국 역시도 법인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때문에 세율 인상보다 조세 형평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세대가 세금 추가적 부담치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의 자녀세대가 짊어지게 돼… 이는비겁한 일”

A_ 모름지기 조세정책이 올바른지 판단 기준은 ‘국가재정건전성’에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가재정이 부실하다면 국가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나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어서 발생한 것이다.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율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감세정책은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국가부채가 국민총생산액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금은 덜 걷고 4대강 사업이나 기초노령연금지급 등 복지지출이 많았던 결과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복지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그럼 누군가(경제주체)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현 세대가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의 자녀세대가 짊어지게 된다. 이런 것은 매우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금부담이 경제활동에 일정부분 부담이 되겠지만, 우리 민족이 인갑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이런 취지에서 증세에 동의를 한다. 그리고 숙명적 과제인 통일한국을 위해서라도 국가재정은 튼튼할 필요가 있다.

 


Q.또한 대기업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 대기업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2019년 50%로 하향 조정 등 상대적으로 여력 있는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려 이로 인해 확보된 재원을 취약계층과 영세기업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법인세 세율 인상하되 4차 산업 등 위해 R&D 비용비과세나 감면 해주어야…

A_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있다고 하여 법인세나 부자들의 감세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미국의 레이건 정부시절부터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우리나라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인세를 내려주었더니 경기가 활성화되었을까?

 

이와는 반대로 현 정부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노리고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분수효과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낙수효과나 분수효과 모두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비과세나 감면의 축소라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인세 세율은 인상을 하되, 4차 산업 또는 우리나라 ‘10년의 먹을거리’ 산업을 위해서는 R&D 비용에 대해 비과세나 감면을 해주어야 한다.

 

설사 그 대상이 대기업에 한정된다고 하여도, 그 대기업의 고용효과나 세수기여도를 생각하면, 단순히 하나의 잣대로 비과세 또는 감면조항을 없애는 것은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대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Q. 이른바 문재인 증세드라이브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어 사회 복지 지출액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국가 부채가 수십조씩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지출에 대한 세수 확보 방법은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과 미흡한 부분에 대해 채권을 발행해서 지출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 정부가 이런걸 솔직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세금은 덜 내고 보다 나은 복지 원하는 것은 비이성적사고 정치권은 표 얻기 위한 표플리즘 사고 버려야

A_ 우리나라 사회를 ‘저부담(세금)과 저복지’ 사회로갈 것인가, ‘중부담과 중복지 사회’ 또는 유럽처럼 ‘고부담과 고복지’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해 공론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부담과 중복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조세부담율을 OECD 회원국의 평균수준인 2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세금은 덜 내고 보다 나은 복지를 원하는 것은 비이성적 사고이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학계나 시민단체 또는 양식이 있는 지성인들은 그런 주장을 하면 안 된다.

 

Q.돈 잘 버는 법인과 고소득개인사업자에 각각 초(超)자를 붙여, 초(超)고소득 법인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조세정의를 떠나 소득 계층 간 편 가르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법인세든 소득세든 특정 그룹에만 국한시켜서 세금을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세 앞서 조세 형평성을 챙기라는 주문이 많다.

A_ 결국 우리나라 사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노정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종전에는 부자와 빈자의 비율이 20 : 80이었는데, 이제는 1 : 99되었고, 머지않아 0.1 : 99.9 그 이상으로 간극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보니 슈퍼리치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법인도 특정의 몇몇 기업만 이익(그것도 초대형 이익)을 얻고 있지 나머지 기업들은 생존하기도 벅찰 정도가 아니겠는가.

 


 

Q.세제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차원에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 부문에 대해서도 회

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 증가 때 중소기업은 1인당 연간 700만∼1000만원, 중견기업은 500만∼700만 원, 대기업은 300만원을 공제해 준다는 것이지만 세제안과 현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증대는 민간경제주체들인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

A_ 대학생 1명을 추가로 고용하면 인건비 3000만 원과 4대 보험료 같은 부대비용 등 인건비 못지않은 추가적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가 공제해주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지출이 수반되는 것이다. 솔직히 고용증대세제 때문에 고용이 증가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추가적인 고용을 망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증대세제가 일정 부분 작동할 수는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증대는 민간경제주체들인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Q.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세법 輕視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툭 하면 세제를 뜯어 고친다. 정부-국회 할 것 없이 선심성 정책에 감면 등 세법카드를 너무나 쉽게 꺼내 든다. 세제 운영이 시대적 상황에 민감하기 마련이라지만 그 정도가 넘치고 있다. 표(票)플리즘에 ‘조세정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권 바뀌었다고 그들 입맛에 맞게 이런 저런 세법개정 얘기한다면 진실성 믿기 어려워”

A_ 현행 헌법이 세법에 요구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세법 조문에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은 너무 자주 개정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이야 그 바닥이 원래 그러하므로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적어도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주관을 가지고 세법 개정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세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이런 저런 세법 개정 얘기를 한다면 그 주장의 진실성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세법은 모름지기 성실한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되, 불성실하고 고의적으로 탈세를 하는 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한 처벌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Q. 갑근세 과세자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가 무색해지고 있는 현실도 그동안 선심성 정책에 의해 시도 때도없이 뜯어고친 결과물이다. 갑근세는 물론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기업이 47%를 넘고 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제 기본방향에 걸맞는 개선책이 시급한 듯하다.


A_ 그들도 안 내고 싶어서 안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득이 없어서 못 낼 뿐이라고 본다. 그들이 못내는 세금은 소득이나 재산과 관련된 세금이다. 그들도 부가가치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은 납부하고 있다. 다만, 그들 역시 국가의 주인이라는 입장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금부담이 과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금액을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세금납부금액의 절반 정도는 사회복지혜택으로 돌려 받고 있다.


Q.우리의 현실 세법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조세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세법에 관한 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정도로 세법은 정말로 복잡다단하다. 수많은 예외조항과 수시로 개정되는 관행까지 감안한다면 과연 일부에서 우리 세법을 두고 하는 말처럼 ‘천재들을 위한 세법’임을 실감케 한다. 이대로 좋은가.

 

세법이 ‘어렵다는 것’하고 ‘복잡하다는 것’은 구별해야 국세청 홈택스,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 있어

A_ 세법이 어렵긴 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세법은 독자적인 영역이 있는 게 아니라 민법이나 상법의 이해는 물론 기업회계기준 심지어 조세조약까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법령화가 된다.

 

그러나 어렵다는 것하고 복잡하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세법은 어려워서는 안 된다. 다만 사회경제가 복잡하다보니 세법이 복잡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세청 홈택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홈택스를 방문하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세무공무원이나 세무사들만 사용하는 언어로 컴퓨터 화면이 꽉 차 있다. 이래선 안 된다. 과세관청 위주가 아니라 이용자 위주로 홈택스가 개편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려고 홈택스에 접속하면, 과세관청이 가지고 있는 정보만 제공해주면 된다. 소득금액이 얼마이고, 공제액이 얼마이며 납부세액이 얼마인지만 알려주고 맞으면 그대로 신고를 받아주면 될 일이다. 거기 좁은 화면에 세법의 온갖 잡다한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다 집어넣으면 도대체 어쩌란 얘기인가. 과세관청의 면피행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Q.국민이 세금을 기꺼이 내는 ‘맑은 납세환경’을 조성키 위해서는 우선 세법이 정의로워야 한

다. 우리 세제의 기본방향은 어디다 방점을 둬야하나.

A_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까 각 부처마다 적폐청산을 한다고 한다. 과세관청의 가장 큰 적폐는 세법이나 세무행정을 국회가 만들어준 법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여 집행한 것이라고 본다.


세법이 어렵고 아직 우리나라 사회수준이 맑지 않다 보니, 세무조사를 하면 대부분 추징세액이 나온다. 세무조사는 세무조사 차원에서 끝나야 하는데,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정통성이 약한 정권일수록 세무조사권을 정권의 방패막이로 삼았었다. 그리고 과세관청의 고위층 중 상당수는 이와 같은 작업에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지적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그와 같은 세무조사권 남용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거기서부터 조세정의를 찾아야 한다.

 

Q. 교수님은 과세관청에도 근무했었고 정부장학생으로 프랑스에 유학한 경험도 있으며 현재 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월드텍스연구회 회장을 맡고 계신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앞으로 세제의 발전 방향이나 준비해야 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세제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속인주의 과세시스템은 무의미 결국 소득에 대한 과세는 속지주의 형태로 변해야

A_ 1977년 공직에 들어와서 1998년까지 근무했다.도중 군대 33개월 갔다 왔고 3년 정도의 유학도 다녀왔다. 그리고 현재까지 대학에서 세법을 보고 가르치고 있다. 현장 실무경험 20년과 학계에서 20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앞으로 세제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이미 세상은 미국이 아니라 구글(google)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세제도 획기적으로 변하여야 한다고 본다. 우선 속인주의 과세시스템은 무의미하다.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권을 제대로 행사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소득에 대한 과세는 속지주의형태로 변해야 한다. 구글이 한국에 본점이나 주소를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제는 각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world)차원에서 다시 그물망을 짤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국가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선진국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그들의 삶의 질은 더 나빠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소득을 지급한 국가의 과세권(원천국가)을 강화하는 방안과 해당 소득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을 때는 이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저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월드텍스(worldtax)라고 총칭하고 있고, 이를 연구하는 단체가 월드텍스 연구회다. 이 연구회는 일단 조세철학과 조세사상연구에 중점을 두고 학회할동을 하고 있다. 세금이 하늘로부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발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Q. 여러 나라가 같이 잘 살아야 인류가 오래 동안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본다. 역사상 특정국가나 특정인의 부의 독점이나 과점은 독약과 같은 성질이 있음은 세계사 책 몇 페이지만 열어봐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월드텍스연구회 모임을 소개해달라. 차별화가 있다면.

A_ 월드텍스연구회(www.worldtax.or.kr)는 11여년 전 고 최명근 교수님께서 제게 조세사상연구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그 뒤 최 교수님과 함께 조세사상과 조세철학을 연구하는 모임을 결성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회원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교수 등으로 약 130여 명 정도이다.

 

연구회 활동으로 연간 세미나 2회를 하고 매 2월마다 독서모임을 개최하며, 매년 1천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모아서 사정이 어려운 대학교나 대학원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다른 학회와 다른 점이라고 본다. 세미나 중 1회는 국외의 현자(賢者)를 찾아가는 역사탐방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졸본성과 국내성 및 백두산을 다녀왔다. [대담=서정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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