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세무사업계 왕회장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임원선거 때마다 특정인물 당선시키는
세무사계 鄭風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모름지기 세상만사 일정 週期가 있는 법
鄭風 사이클 길면 외려 整風 맞을 수도…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1-07-13 09: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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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필자의 머리속엔 지난 6월 한국세무사회 임원선거가 남겨준 잔영(殘影)들이 지워지질 않고 있다. 적잖은 세월 세정가 현장에서 볼 것, 못 볼 것 두루 지켜본 장본인으로서, 십수년간 이어진 세무사업계의 불가사의한 현상만큼은 그 근원이 무엇인지 좀체 의문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정구정 전 회장의 변함없는 영향력이다. 필자와 정 전 회장과의 첫 조우는 1975년 그해 어느 날, 12회 세무사고시 최연소 합격자로서의 만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참신했으며, 두 눈엔 특유의 총기가 가득했다. 발언 마디마디에서 풍기는 진솔함 역시 호감이 갔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1999, 정 전회장은 한국세무사회 회장직에 도전을 한다. 급기야 3수 끝에 2003년 수장에 오르지만 연임에 실패, 2년 단임으로 하차한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집념과 열정으로 2011년 재선에 성공하는가 하면, 끝내는 ’3선(2013년)세무사회장이라는 새로운 세무사사()를 쓴 인물이다.

 

회장 임기를 단임으로 끝내고 평회원이던 시절, 그는 세월을 낚으려는 듯 틈만 나면 전국 방방곡곡 회원들을 찾아 나섰다. 뜻하지 않은 방문객을 맞은 회원들은 그의 지순한 마음씨에 감동을 했다. 남다른 근면성, 그리고 회원을 보듬을 줄 아는 따스한 인간미에 막연하나마 영원히 해도 괜찮을 회장감으로 가슴에 새겼을 게다. 이것이 그 후 ‘3성공과 함께 이른바 오늘날의 정풍(鄭風-정구정 바람)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한때 그를 따르는 팔로우가 기천 명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 내 입소문이다.

 

아직도 정풍의 위력은 세무사업계를 죄지우지할 만큼 소진(消盡)될 줄을 모르고 있다. 회장 선거시즌이 닥치면, 어느 특정 후보든 정 전회장이 점찍는 인물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손도장을 찍어 준다는 게 세무사계의 스스럼없는 뒷얘기다. 이런 불기사의가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세무사업계 일각에서는 그를 가리켜 왕()회장(?)이라 부른다.

 

과거 정 전회장의 측근이었던 현업 중진에게 정풍 환상의 근원을 물었다. 그는 한마디로 정 전 회장처럼 회원관리를 '집요하게' 하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우문에 대한 현답이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세무사업계의 미래를 맡길 인물을 찾기보다는 정풍(鄭風) 환상에 매료되어 타의에 의해 세무사회 수장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선거에서도 봤듯이

 

물론 정 전회장의 진솔했던 열정과 그가 이룩해 놓은 업적은 평가 해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너무나 긴 세월, 쉼 없이 행해온 세무사회에 대한 지나친 집념은 그의 공·(·)를 엇갈리게 한다. 새 집행부가 들어설 때 마다 예상외 인물들이 회직에 진입함으로써, 세무사회 체질강화 측면에서는 적잖이 역효과를 냈다. 이들 가운데는 회직이 본업인지 세무사가 본업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인물들이 오랜 기간 똬리를 틀고 있다.

 

물론 회무를 이끌려면 회직 경험도 중요하다만, 그 세월이 너무 길면 이것은 경륜이 아닌 폐해가 될 수 있다. 정 전회장 역시도 회장 임기가 끝나면 뒤안길로 나앉는 여느 전직 회장과는 달리, 지금까지도 세무사회와 끈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햇수로 봐도 십수 년, 세무사업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이해하기에 앞서 그동안의 궤적이 무척이나 진부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이웃 전문자격사 단체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개혁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주변상황과는 달리 한국세무사회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과거 속에서 미시적 이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자답해 봐야한다. 이제 만년 회직자들은 물론, 원외(院外) 인사들 역시 모든 것 내려놓고 뒤안길로 나 앉았으면 싶다. 그들 나름의 성찰로 업계 품위를 지켜주기 바란다.

 

세상만사엔 일정 주기(週期)가 있는 법그 주기가 늘어지면 공·(·)가 뒤바뀌어 과거의 정풍(鄭風)이 외려 정풍(整風)을 불러드릴 수 있다. 이제는 새 집행부가 독창적으로 회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들을 간섭 말고 내버려 둬야 한다. 이것이 한국세무사회의 미래를 위한 화급한 현안과제라 사료된다. 업권(業權) 신장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무사업계 왕회장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회원들도 이쯤에서 그를 놔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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