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슈]‘심판-심사청구’ 통합론 바람직한가

震源地는 ‘국세행정개혁위’…조세심판전치주의 취지에도 위배
과세행정 품질개선이 상책인데, 납세자 권익보호는 뒷전인가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10-15 0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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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국세심사 기구의 통합론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일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종구(자유한국당)의원은 국감장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국세청이 심사청구와 심판청구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한 청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국세청이 심판청구에서 자꾸 패하니까 국세청에서 조사하고, 과세하고, 판결도 다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굉장히 오만불손한 생각"이라고 질책을 했다.  그러면서 “두 기구를 통합하지 않는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라"고 몰아 세웠다.

 

이에 한 청장은 "국세청에서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국세청 입장에선 납세자 권익보호가 중요하며, 이 문제가 논의된다면 국세청이 참여할 수는 있다”고 했다. 반면에 행정적인 불복절차는 자기시정 측면도 있어 이는 살아있어야 한다는 양시론(兩是論)적 입장을 표했다.


따지고 보면 조세심판과 국세심사 창구(窓口) 통합론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국세당국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주최한 국세행정포럼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어느 인사는 조세불복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과세전적부심과 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의 통합 필요성을 제안했다. 심지어 또 다른 인사는 조세심판원 재결에 대해 처분청에 항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세정가 주변 조세전문가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이는 조세심판전치주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논리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납세자는 과세권자에 비해 열등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법정으로 가기 전)침해된 납세자권리의 신속구제를 위해 오히려 조세심판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대해서는 “납세자 권익보호측면 보다는, 과세관청의 과세권 강화를 너무 강조, 당국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 같다”는 씁쓸한 반응도 보였다.

 

조세심판전치주의는 일차적으로 행정청에 자기시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며, 대량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행정쟁송으로 인한 법원의 부담을 덜어주며, 전심절차를 거쳐 쟁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 존재 의미가 있다. 이렇듯 조세심판전치주의는 다른 행정심판과 달리 사법심(司法審)으로 가기위한 필요적 전심절차인 것이다.

 

그런데 조세심판전치주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걸까. 아니면 과세당국의 계산된 의도인가. 심판-심사청구의 통합론이 재연되고 있다. 이에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은 물론 세무대리인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납세자들의 과세불복 청구를 대행하는 세무대리인들은 심판-심사청구의 통합이 외려 납세자들의 권리구제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가 독립(?)된 현행 심판-심사제도하에서도 납세자 권익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두 기구가 '통합'된다면  납세자들로서는  '1진 아웃'으로,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되는 법정행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세당국도 부실과세에 대한 자기시정 측면에서, 두 기구의 통합이 결코 바람직한지 면밀한 검토를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납세자 과세불복에 따른 현행 국세심사청구제도는 국세당국 입장에서는 크나큰 행운이다. 자기 잘못에 대한 시정기회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실과세를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빌미가 주어지는 것인데, 기회 활용은커녕 있는 기구마저 폐기하려는 것 같다. 차기 심(審)에서 납세자 승소가 예견되는 사안이라면 과감히 인용을 해 줄 만도 한데 고집을 부리고 있다. 심사청구사안 심리가 최종 행정심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 모를 리 없지만 심사기구 운영의 경직성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알고 보면 이런 요인들이 조세마찰의 씨앗을 뿌리는 첫걸음이다.

 

특히나, 조세법률 관계에 있어서 납세자의 지위는 과세권자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 유의해 줘야 한다. 때문에 침해된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서도 조세심판제도의 존치가 반듯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심판-심사 기구의 통합은 납세자들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수는 있다. 심판 또는 심사청구를 불문하고, 그 창구(窓口)가 납세자로부터 '왕따'를 당할 경우  존립 가치를 스스로 잃게된다. 납세자권익보호 창구에 고객의 발길이 끊긴다면 이는 죽은 조직이나 다름이 없다. 막대한 예산 들여가며 존치시킬 이유가 있겠나. 당국자들의 명운은 오히려 납세자들의 손에 달렸거늘, 이를 간과하고 있다.   

 

세정가 사람들은 국세행정 개선을 위한 ‘국세행정개혁위원회’운영에 많은 기대를 모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세관청의 입장보다는 공평과세 구현과 납세자 권익침해 방지에 보다 관심을 보여주기를 요망하고 있다. 이는 당국이 귀 담아 들어야 할 모든 납세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또 며칠 후면 ‘2018년 제3차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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