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정권발(發) 세무조사’ 법으로 막을수 있을까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 ‘국세기본법’ 개정안 발의
대통령도 세정간섭 불가능한 강력한 법안이라지만
세정의 정치적 중립 훼손 자는 바로 정치권인데…
위계 의한 공무집행 방해 법대로 처벌 가능할까?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12-03 09: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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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승희 국세청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바 있다. 다름 아닌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천명한 그의 다짐이다. 그는 전임 청장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예민한 사안을 거리낌 없이 대외에 공표했다.

 

그것도 국세청 산하 전체조직이 한자리에 모인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의 약조다. 그는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만큼은 철저히 지켜지도록 청장 자신부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실천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나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세정집행이 일선 현장까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소명의식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정진해 주기를 배석한 관리자들에게 주문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한 청장의 메시지를 한 귀로 흘려버린 것인가. 아니면 현명한 판단이었나. 납세권(圈)은 세정중립을 선언한 한승희 국세청장의 메시지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뚝심 좋다는 전임 국세청장들도 일련의 정권발(發) ‘외풍(外風)’에는 맥을 못 춘 사례를 적잖이 봐 온 우리네 납세자들이다. 바람도 불기 전에 알아서 드러눕는 국세청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국세행정 총수라면 굴절세정을 스스로 자초하는 자 없었을 테다. 그러기에 납세자들은 세정의 정치적 중립은 국세청장의 다짐 보다는 정권에서의 보장이 없는 한 기대가 어렵다고 본것 같다.


필자도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의 메시지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 사람 중의 하나다. 특히니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보겠다는 대목이 꽤나 마음에 걸렸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훼방 놓는 ‘몸통’은 따로 있는데, 행동대원격인 애꿎은 국세청 조직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하에, 무언가 사전에 준비된(?) 매뉴얼대로 역 추적하는 줄 알았다. 결국은 찻잔 속 태풍으로 소멸(?)됐지만, 제 발등 찍는 것 아닌가 괜한 걱정도 했다.


실은 국세당국은 과거 전력들로 인해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온 것은 사실이다. 겉이 멀쩡하던 특정 기업들이 정권이 바뀌고, 세무조사의 손길이 한번 스쳤다 하면 탈세덩이가 쏟아져 나오는 기업 현장에서 아직도 우리사회에 납세성역이 상존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러기에 지금도 납세국민 대부분이 과거 시각으로 국세행정을 보는 원초적 불신이 남아있다.


이런 차제에 ‘대통령도 세무조사 간섭을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엊그제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을 위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발의안의 근간은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권 남용금지조항을 구체화하여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서도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조항(제81조의4)을 두고 있다. 해당조항에 따르면 ‘다른 목적 등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누구든지 세무공무원으로 하여금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세무조사가 법과 원칙에 의해서 행해져야 하고 정치권력 등이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조항이 정치권력의 세무조사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화 되었음에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문화된 실정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제81조의4제1항)’의 ‘다른 목적’은 당초 ‘정치적 목적’으로 입안 되었지만 대외적으로 한국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하여 심의과정에서 순화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개정안은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위계(位階) 또는 위력(威力)으로써 특정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실시·종결을 지시하거나 요청하는 행위’ 등으로 구체화하여 정치권력이나 고위층의 압력으로부터 세무공무원을 보호하고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형법」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납세국민들은 정상적인 과세권 발동에 의해 탈세가 사전에 예방되고, 또 적기에 교정이 되어 줄 때 비로써 국세행정을 신뢰하고 순응한다. 이러한 세정풍토에서 건전한 납세의식이 싹트는 것이며, 조세정의가 뿌리 내리는 것이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강력한 법안 마련도 좋다만 이에 앞서 정치권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정권발(發) 세무조사' 과연 법으로 막을수 있을까?―. 법 마련에 앞서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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