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세금

온라인팀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3-27 05: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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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영어칼럼니스트

최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5월 조기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각종 세금관련 공약과 이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논란 이후 세금부담 완화와 세금 인상에 관한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이슈들이 과연 한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은 만큼 대권주자들은 이를 두루두루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 안정적 세원 확보를 명분으로 상품가격의 10%를 세금으로 매기는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VAT) 도입’으로 거센 조세저항이 불면서 이듬해 실시된 12월 총선에서 패배해 마침내 18년간 유지해온 유신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참여정부도 ‘불로소득(unearned income) 근절’이라는 개혁명분으로 시행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한국 최초의 ‘부유세(net wealth tax)’ 도입이라는 비난 여론과 이에 편승한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잇따라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었다.


2013년 '증세없는 복지'를 내세우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연말정산 세금폭탄 파동’,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 담뱃값의 대폭 인상에 따른 민심이반, 사상 유례없는 집권당 내의 증세 복지논쟁 등으로 내홍을 겪으며 결국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처참한 성적표를 거둬야 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 민주의 전통적인 이념문제보다 세금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폭 법인세(corporation tax)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초 열세로 평가되던 트럼프 후보가 기적적으로 당선되는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감세 기조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제간 조세경쟁에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고, 지금도 트럼프의 국경세 문제는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하원선거를 의식한 공화당 내에서조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철의 여인’ 이자 신자유주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역시 인두세(poll tax) 개정과 인상으로 촉발된 영국민의 납세 거부운동과 보수당 내의 거센 반발로 총리직을 사임했고, 그녀가 죽은 지금도 영국민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하다. 한때 호주 노동당의 유력 정치인인 러드 총리도 충분한 여론 수렴없이 철광석과 석탄에 ‘천연자원 이득세(resource tax)’를 거두겠다고 나섰다가 호주국민들 특히 광산업 종사자들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
었다.


캐나다의 멀로니 정권은 세금 때문에 선거를 망친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지목된다. 1993년 당시 멀로니가 이끈 보수당은 선거를 앞두고 기업이 부담하고 수입에 따른 누진률이 적용되는 직접세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에 해당하는 ‘생산자판매세(MST, Manufacturers Sales Tax)’ 대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이 부담하는 간접세 성격의 부가가치세인 ‘연방부가세(GST, Goods and Services Tax)’를 도입키로 했다가 그해 선거에서 169석의 집권당이 단 2석만을 지닌 초라한 미니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보수당은 우여곡절 끝에 연방부가세 폐지를 공약으로 다시 내세워 13년 만에 재집권할 수 있었다.


증세문제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이 잦은 일본에서도 1989년 참의원 선거 당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정권이 도입한 ‘대형 간접세(indirect tax)’ 때문에 50년 이상 장기 집권해온 자

민당이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고 패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후 증세문제는 일본 정치에서 요괴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경험한 아베총리도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을 구하기 위해 ‘1억 총 활약사회’를 실현할 재원이자 아베노믹스의 성공적 경기부양책인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는 고육지책을 쓰고서야 겨우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정권유지를 위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지 않은 걸 보면 아베는 역시 호랑이보다 세금이 더 무서운 줄을 아는 영리한 여우(?)임이 분명하다.

 


위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충분한 국민적 여론수렴과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세금에 손댔다가는 엄청난 역풍과 함께 조세저항(tax resistance)에 직면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세금은 유한하고 복지 욕구는 무한하기에 무리하게 세금에 손대기보다 각종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켜 기업의 고용 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공부문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국가 부채가 엄청난 규모로 늘어가는 데 비해 국민개인 씀씀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더 이상 세금으로 나라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인구절벽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와중에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퍼주기식’ 일자리·복지공약만 내놓고 벌이는 ‘인기영합주의 경쟁’이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글/ 이창호 영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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