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당국의 ‘적극행정’은 선별적인가

납세자권익보호 측면보다 시류에 민감
세무적 현안 앞서 정무적 감각이 발동
기본정신 흔들리면 ‘적극’이 뭔 소용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0-08-11 1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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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국민과 기업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극행정은 시대의 사명과도 같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 산하 어느 외청(外廳)장은 언론기고를 통해 적극행정은 시대의 사명이라고 갈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행정을 추진 중이라면서, 민간인이 과반수인 당청의 적극행정 원위원회활약상도  소했다.

 

기획재정부도 며칠 전 ‘2020년 제2차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4명을 선정 시상했다. 이들은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 설립 및 외환서비스 혁신 방안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행정을 펼쳤다는 것이 수상배경이다.

 

국세당국도 뒤질세라 적극행정에 적극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세정지원에 전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틈탄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 즉각적인 정밀 세무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발 빠른 적극행정으로 손소독제 대란을 막았다는 평도 듣고 있다. 주류업계와 협업을 통해 손소독제 원료인 주정(에틸 알콜) 수급 지원을 위한 신속 조치를 취함으로서 병·의원용 소독용 알콜의 안정적 공급을 기했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에 대해 표창 및 포상금 등 인사 상 인센티브도 제공 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적극행정에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에서나 서두를법한 사안을 국세행정에 적극 대입하려는 의욕이 궁금하다. 국세행정이라고 화급한 사안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이 세정의 절차적 문제로 시간을 갖고 대비하면 조용히 시정될 일들인데, 굳이 적극과 소극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국세당국의 적극행정은 너무 선별적이 아닌가 하는 냄새를 풍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적극행정이 평소 납세자들의 불편사항을 대하는 자세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稅上)보다는 세상(世上) 흐름에 민감한가. 세무적 현안에 앞서 정무적(?) 감각이 먼저 발동하는 느낌이다. 고유업무 부문부터가 그렇다. 국세당국의 절대적 의무인 납세자권리 측면을 너무 경시한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잖은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의 납세자 권리보호 실태감사에 따르면, 재산압류해제 사유 발생에도 불구하고 최고 44개월간 재산압류 해제를 이행 안 해 납세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다. 결국 납세자가 권리보호요청을 하니 그제 서야 압류해제를 해준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화급히 시정돼야 할 납세자권리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가 못하다. 이렇듯 근본이 흔들리는데 신속이 뭔 소용인가하는 생각에 이른다.

 

국세당국의 세법해석 사전답변제 운영 실태는 또 어떤가. 이 제도는 납세자의 경제활동 중에 발생하는 복잡한 세무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여 성실신고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으로 200810월부터 도입·운영되고 있다. 납세자들은 이 제도 이용으로 세무문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신속한 납세의사결정이 가능케 됨으로서 납세협력비용 절감효과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과세관청과의 분쟁을 사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납세불복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사전답변제의 생명은 적시성(適時性)에 있. 납기 전에 납세자들이 납세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때를 맞춰줘야 한다.

 

그런데 납세권()에서 불만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답변내용이 자신의 견해와 달라서가 아니다. ‘사전 답변제의 생명인 적시성(適時性)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뚜렷한 지연사유 통보 없이 수개월 이상 해당 민원인과 입씨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손이 달려 지연되고 있다는 구두통보는 그나마 다행이다. 때로는 무성의한 태도에 민원인 속이 뒤집힌단다. 끝내는 결정적 시기(납기)를 놓쳐 회신이 도달해도 쓸모가 없어진다.

 

가급적 신속한 납세의사 결정으로 세법에서 정한 만큼의 세금을 내고, 편안하게 세상(稅上?) 살고픈 납세자들의 여망을 이렇게 외면할 수 있나. 이쯤 되고 보면, 무엇이 중()하고, 무엇이 ()하다는 것인지 사리 구분이 아리송하다. 이렇듯 신속사안이 뒤로 밀리는 역설적 상황에서 “‘()적극행정을 도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납세자들이 국세당국자들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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