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명용의 창업일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8-03-26 07: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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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강남 역 인근에서 만나자는 전직 ‘K사’ 후배 두명과 만나던 날은 유난히 추웠던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날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약속장소에 나갔더니 조금 늦게 나온 여자 후배가 새해에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을 데리고 나왔다.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교육1번지라는 대치동 아이들의 요즘 학교생활과 일상을 듣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웬만한 곳은 다 다녀왔고, 명절 전후로 보름간 휴가 내고 딸이 꼭 가보고 싶다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행기를 세 번씩이나 갈아타고 가야 해서 피곤해 죽겠는데 쉬지도 못한
다는 후배의 자랑인지 푸념인지를 듣는 것은 그날의 양념이었다. 마침 후배가 ‘K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동북아 대장정(대학생 공모, 중국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지를 둘러보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행사)’을 올해는 베트남 중심의 가칭 ‘동남아대장정’으로 기획하고, 그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나 베트남 정부와의 협의 루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마침 한 달 전 보름간 베트남 배낭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 많았다. 이번에도 나는 내 스타일대로 혼자 배낭을 꾸려 여행사 도움 없이 프리스타일(?)로 정말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베트남 국립 하노이대학 한국어학과에 출강하는 조카의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하노이대학에서 보통 1000:1 이상의 사내 경쟁을 뚫고 한국어교육과정에 입소한 삼성전자 한국어반(3개월간 호텔숙식, 한국어 위탁교육)의 교육과정에 참관하고 마침 마지막 수업일이라 학생들의 초대로 한국어과 교수 네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초대받고 노래방까지 함께 가는 우연한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한국에서 사용되는 국어 교과서를 구하지 못해 현재 학교에 우리 국어 교과서를 비치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나는 후배와 대화에서 베트남에 있는 조카와 직접 통화하여 ‘동남아대장정’을 설명하고 후배가 목말라 하는 제반사항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후배를 소개했다. 또한 한국어(국어) 교과
서를 그냥 사서 보내느니 지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회사차원(대산재단 등을 통해)에서 접근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후배에게 부탁하였다. 그날 저녁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우연한 베트남 여행이 또 다른 소중한 인연들로 이어짐을 느끼면서.


 

최근 우리 또래(베이비부머 시대) 동년배들의 정년퇴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정년퇴직 후 마치 통과의례인 것처럼 약속이나 한 듯이 가족(대부분 배우자와 함께)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가장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동안 고생해준 아내와 본인에게 힐링과 포상의 의미는 물론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사업 아이템 구상을 위해서…. 어쩌면 당연
하고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직장생활에서 조직(점포)장이 되면 별도의 룸을 주는 것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물며 운영하는 사업체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설령 아무리 작은 사업체를 운영한다손 치더라도 경영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일들이 일상으로 다가온다. 작은 판단착오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의사결정을 앞두고 심사숙고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CEO의 덕목이라 할 것이다.

 

나는 최근까지도 매주 혼자서 관악산을 오르곤한다. 혼자 하는 등산은 시간조절과 내 내면과의 몇 시간의 대화시간을 갖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셋 이상 나가면 고스톱만 치다가 온다는 자조적 농담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으니까.


나는 사실 혼자 떠난 베트남 여행에서 자유여행의 장점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누구를 배려하느라 신경 쓸 일도, 일정을 맞추느라 얽매이지도 않고, 오직 내 마음 이끄는 대로, 내 발길이 가닿는대로 보고 느끼며 현지 분들의 생활을 여과없이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엄명용 7아이언맨 대표
특히 현지에서 베트남에 거주하는 내내 주거와 편의를 제공해 주신 (주)SW F.I의 김은희 법인장님과 함께 현지에 진출한 봉제공장을 이틀에 걸쳐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여행에서 경험치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지난 번 신문에서 1,200여 명의 종업원을 둔 베트남 현지 진출 한국기업 사장이 야반도주를 했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그때 김은희 본부장님과 방문한 현지 기업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현지 임금은 오르고, 제조단가는 제자리여서 앞으로 버텨야 2년 정도”라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또한 ‘국립하노이인문사회대학’ 방문에서도 교수와 학생 그리고 삼성전자 위탁교육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영어에 주눅 들어 살던 우리가 베트남에서 당당히 대접받는 모국어 ‘한국어’를 가진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느낀 것은 물론 한국에 온 영어권 사람들의 기분을 살짝 느껴 보기도 하였다.


베트남 하노이에 가면 김은희 백설공주와 7명의 왕자(?)님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잠깐이나마 그 공동체 안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겨울 내게 온 행운이었다. 자, 이제 나를 숙성시킬 여행을 가고자 한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족>
·“국립하노이인문사회대학/한국어학과“에 국어(한국어) 교과서 지원에 뜻을 같이 하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당신의 이름으로 기증하겠습니다(ommy0001@hanmail.net).
·‘삼성전자’는 한국어자격시험(TOPIK)시험에 4급 합격시 15만 원, 5급 합격시 25만 원을 자격수당으로 2년간 지급(현지 가사도우미 한달 급여 30만원. 원(\)화 기준).

 

<글/ 엄명용 7아이언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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