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실패자 재기 지원에도 차별대우가 있나"

체납소멸로 사업실패자 재기 돕겠다며 고액체납자 출금 등 발목 잡는 당국
앞뒤 헷갈려 “어느 장단에 춤을…” 이는 文 정부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10-01 0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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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금조치는 숨겨놓은 재산 찾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기간 限 해야”


누가 국세행정을 가리켜 냉혈(冷血)이라 했나. 올부터 시행된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제도에서 국세행정의 온기를 느낀다. 영세 개인사업자의 재기를 위한 이 제도는’17.12.31. 이전 폐업한 사업자가 올해 신규개업 또는 취업한 경우 징수가 곤란한 체납액을 3천만 원까지 소멸하는 제도이다.

 

개인사업자가 올해 사업을 다시 시작하거나 취업하여 3개월 이상 근무하는 경우, 무재산 등의 사유로 징수가 곤란한 체납액에 대해 최대 3천만 원까지 소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체납액 소멸제도’를 언급, “사업에 실패한, 국세체납으로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체납액 소멸제도 활성화에 최선을 다 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국세청은 향후 더 많은 납세자가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 제도를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천명하고 나섰다. '다시보자, 실패', '우리 다시 시작해…‘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최초로 개최한 '2018 실패박람회'에서, 두 부처는 사업실패자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심어줬다, 문재인 대통령도 ‘실패박람회’를 찾아 응원 메시지를 남기며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하지만 ‘체납액소멸제’나 사업실패자 재기지원 등 정부정책에 대한 세정가의 기대와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우선은 현실적인 면에서 수긍키 어려운 부분이 적잖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고액체납자라 해서 뒤로는 출국금지 조치 등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으면서 앞에서는 재기를 돕겠다니, 정부가 재기지원 대상 사업실패자에 대해 차별대우를 한다는건지 헷갈린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제도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세무대리인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서 사업실패자들의 재기(再起)는 무척이나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은 세금체납자에 내려지는 관계당국의 각종 조치에 발목이 묶인다. 사업재기를 위해 어렵사리 운신을 꾀해 보지만, 고액체납자 명단공개를 비롯한, 출국금지 등 이중삼중의 족쇄가 채워진다.


어느 한 납세자가 국가를 위해 고용창출과 조세를 얼마나 성실 납부했는지 불문곡직하고, 일단 체납자가 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특히나 체납자 체납 자료의 금융권 제공은 이들로 하여금 경제시장에 재 진입할 수 없는 결정적 장벽을 만든다. 기약 없는 실업자(失業者)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


조세전문가들도 고액체납자에 대한 당국의 조치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틈바구니 속에 납세자의 기본권이 알게 모르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려 하거나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굳이 발목 잡을 필요가 없을 터인데 ‘무조건 잡아놓고 보자’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고액체납자들의 재산도피를 막기 위해 출국 규제를 하려면, 숨겨놓은 재산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사기간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고액체납자 가운데 적잖은 층이 이러한 덫에 걸려 본의 아닌 앉은뱅이 신세가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외의 어느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사업과 관련, 초청장을 보내와도 밖으로 나갈 수 가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출금해제 조치를 간절히 요청 해보지만 굳게 닫힌 문은 좀체 열리지를 않아 사업재기의 기회마저 놓치고 만다는 주장이다. 


출금조치와 관련한 그간의 대법원이나 행정심판 결정을 보자. 고액 체납자라 하더라도 재산을 해외로 유출 할 우려가 없다면 출국금지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꿈쩍을 안한다. 일정 층에 대해서는 최대 3천만 원까지 세금 소멸혜택을 주는 판국에, 악성 아닌 진성 고액체납자들의 발목도 풀어줘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 이로울 듯도 싶은데, 당국의 조치에 아쉬운 감을 지울수 없다.


물론 고의적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추적조사 강화 등 엄정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옥·석 구분 없이 당장의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체납 자료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등의 조치는 대표적 미시 행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거시적으로는 체납자가 신용불량자로 전락되어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한다. 또한 정부가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아무리 외친들, 제도시행에 일관성이 없다면 '말 찬치'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제 정부당국도 재정확보와 납세자간의 공평성 관계에서 납세자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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