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피라미드’의 저자 권해상

‘탄핵정국’에 가하는 퇴직 기재부 고위관료의 따끔한 일침
공무원들의 '생각없음 病’이 국정농단 빌미…"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바뀐다"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7-03-24 14: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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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상 초유의 리더십 부재로 야기된 ‘탄핵정국’과 맞물려 세간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있는 책이 있다.


<거꾸로 선 피라미드>(권해상 저, 메가북스刊)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겪는 혼란의 원인과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투영하면서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정파적인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권력과 리더십의 문제’를 과감하게 지적했다.

 

 

▲‘거꾸로 선 피라미드’의 저자 권해상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눈밭에 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묻는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쌓인 눈이 녹으면 옛길을 따라가는 방법과 눈밭을 헤치고 나오는 방법이 있다. 어느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가진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리더십은 왜 이렇게 엉망이 된 것인지 묻고 답한다. 아울러 이제
어떻게 치유해 나가야 할지 정신 바짝 차리고 새 판을 짤 시간이라고 일갈한다. 

 

특히 저자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 다소 고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예리한 통찰은 그래서 더욱 힘을 받고 마치 체한 것 같던 가슴에 사이다 한잔을 들이킨 듯한 상쾌함을 선사한다. 

 

국정농단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저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그는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일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한탄한다.


현재에 천착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 그는 이 시대야말로 길이 사라진 눈밭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개인은 어느새 자기 자신도
잃고 길도 잃었다. 인간으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동력을 잃은 것이다. 그렇다면 길을 잃은 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문제 해결의 시작은 우리가 길을 잃었음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짚는다. 이제 상처를 내보이고, 고통을 다독이기 위해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말한다. 상처가 있다고 모두 진주가 되진 않지만, 상처 없이 만들어진 진주는 없다. 상처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성
공은 무수한 실패의 무덤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며, 해결책도 불행과 실패 속에 숨어 있다. ‘난세는 신의 선물’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 권해상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 경제학 석사, 국방대학원 국방관리 석사를 마쳤다.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경제기획원,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고,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비서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OECD 대표부 공사, 한국자금중개㈜ 사장 등 정부혁신의 전략수립과 관리, 실행의 모든 분야를 거친 정부혁신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신념아래 ‘더 살롱’ 프로젝트를 통해 이웃을 재발견하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다음은 권해상 저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Q. 이번에 출간한 ‘거꾸로 선 피라미드’는 무슨 뜻인가?
A.
‘거꾸로 선 피라미드’는 소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중국계 미국 건축가 아이오밍페이가 설계한 것이다. 지상에는 유리로 된 정상적인 피라미드가 있고 지하 입구에는 돌로 만들어져 거꾸로 선 피라미드가 있다. 이분한테 제가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유추하건데,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것도 있지만 한번 관점을 바꿔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거다. 대통령의 관점, 백성의 관점, 자기가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관점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지금은 국민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에서도 국민이 모든 권력의 원천인데 대통령이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한 그 행태는 사실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형태가 바른지 그른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것, 현재 노래 1위, 수영 1위, 모든 분야의 1위가 규칙만 바뀌면 1위가 안 될 수도 있다. 농구선수를 권투처럼 체급을 정해 1m70cm 되는 사람들끼리만 시합하게 한다면 키가 별로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바뀐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한번쯤은 뒤돌아보자, 이런 취지에서 이 제목을 썼다.


Q. 정통 공무원 출신으로 정부에 대해 사뭇 도발적인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조선시대 때는 사서삼경이라든지 시문을 통해서 관료를 뽑았다. 이제는 공무원이 행정업무를 하는 기능인이 되었는데 기능인 이전에 어느 조직이건 기본적으로 인문적인 소양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옛 선비들도 그랬고 서양에서도 기능뿐만 아니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이라든지 여러 가지 기본적인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해왔다. 그런데 요새는 그런 시험을 안쳐서 그런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인문적인 소양이 아쉽다). 기능이 필요조건이면 인문적 소양은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Q. 책 내용 중에 지적한 ‘생각 없음(thoughtlessness) 병’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생각 없음 병’은 무사고증 등 여러 가지로 번역을 하는데 제이야기는 아니고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학자가 한 이야기다. 그리고 ‘영혼 없는 공무원’은 막스 베버가 한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 ‘생각 없음’과 ‘영혼없음’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상사가 사회윤리와 도덕에 어긋나는 명령을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명령이다. 상사가 명령해도 부당한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 법률에 되어 있다. 하지만 조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처음에는 고객이나 국민이 있고 그 다음 상사와 직원이 있는데, 나중에는 결국 멀리 떨어진 고객의 뜻보다는 상사의 뜻을 따른다. 상사가 명령하면 그 직을 유지하고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행하는데 실제로는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헌법 가치라든지, 국민의 요구라든지, 회사 같으면 소비자의 요구는 멀리 있고 당장은 상사가 월급을 주는 것처럼 되어 있으니까 부당하다 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것이 잘못되었다. 지난번 옥시 사건도 있었지만 소비자가 그런 물건을 원할 리는 없다. 상사의 명령이 옳은지 생각해보고 상사의 뜻보다는 고객이나 국민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 없음 병으로 결국에는 자기도 망하고, 상사도 망하고, 조직도 망하고, 고객이나 국민들도 피해를 본다.


공무원은 일을 할 때 불편부당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이 어떤 행위를 할 때 판단이 알쏭달쏭한 경우가 있다. “살인하라”처럼 옳고 그름이 확실하면 안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포장한다. 해악을 끼친다고 지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판단해봐야 되는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일 아침 언론에 이것이 난다면, 내가 감사를 받는다면, 내가 답변을 할 수 있느냐’ 그 답변의 근거가 어떤 사익의 추구가 아니라 헌법이라든지 법률에 있는 가치에 충실한지 공직자는 항상 생각해봐야 된다. 결국 그것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Q. 참여정부시절에 청와대에서 혁신업무를 담당하신 입장에서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견해는?
A
. 빙산이 위에 있지만 사실은 밑에 더 큰 얼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작은 빙산만 보고 갔다가 결국 배가 침몰한다. 저도 그전부터 공무원 제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공무를 담당해나간 사
람으로서 그 책임을 피해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루 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제비가 한 마리 오고 또 두 마리 세 마리 오면서 봄이 오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일어나고, 원인 없이 결과만 나오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혁신에서는 이런 것을 주로 ‘성공후유증’이라고 한다. 아까 말씀 드렸듯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여기저기 의견을 듣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 효율을 너무 중시하다 보니 효율과 대척점에 있는 민주적인 정당성이 좀 약하다.


또 나라가 작고 IT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은 맘만 먹으면 한달 내에 이뤄진다. 외국에서는 보통 1~2년 걸리지만 실행이 되고 나면 확실하게 실행되는데, 우리는 한두달만에 되고또 바뀐다. 체제가 구축이 안 되어 있는 점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법률이나 헌법 정신에 맞는지보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몰두한다. 사실 이것도 크게 보면 권력의 사유화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그분들이 과연 국민을 생각하면서 했는지 사익을 추구했는지, 제도는 있지만 제도가 실행되는데 있어서는 엄청나게 약했다고 봐야 한다. 저는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효율적이지만 민주적 통제가 덜 된 것이 ‘이제는 아니구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정당성과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각성을 한 것은 좋은 교훈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이 문화로 체화되어야 하니까 시일이 걸리고 많은 비슷한 사소한 사건들과 충돌이 있지 않을까 본다.

 



 

Q. 이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언론 등 견제장치기능에 대한 생각은?
A.
조선시대에도 왕이 권력을 행사하거나 의정부나 각부서 판서들이 잘못할 경우에 삼사(三司)라고 해서 사헌부, 사간원, 홍문원에서 끊임없이 상소했다. 지금 그 기능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
는 것이 검찰이고, 검찰이 문제를 제기하면 법원이나 감사원에서 판단한다. 일차적으로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또 지금은 조선시대와 달라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종교, 학교에서도 이런 기

능을 한다. 이런 분들이 소금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기관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있고, 또 지금은 검찰이 공직에서는 독보적 역할이 되다 보니까 견제와 균형이 안 되
는 그런 면도 있다.


언론의 역할과 검찰의 기능은 다르다. 언론은 문제를 제기할 뿐이지 자기가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는 검찰이 조선시대 삼사처럼 그런 정신을 가지고 하는지, 사익이나
조직의 이해를 먼저 앞세우는 것인지 등을 따져서 앞으로 제도 개선할 때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


Q.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변화와 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말해 달라.
A.
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한꺼번에 좋아지는 물건이나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유럽이 민주주의가 되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우리는 그 시간을 짧게는 할 수 있지만 모두 거쳐야 되는 거다.


지금 이 일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은 좋은데 하드웨어적인 권력구조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다. ‘천지인’에서 말했듯이 인간·시간·
공간은 사람 사이, 시간 사이, 공간 사이, 관계다. 나 혼자 살면 모르지만 두 사람 이상이 살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
한다. 그래서 그 공감능력에 대한 것을 발현할 수 있는 그런 판이 되어야 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선이 오래 가도록 소금을 치듯 소금기관이 필요하다. 리더는 아랫사람의 전문성을 믿고 분권해야 한다.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지 자기가 뭐를 하겠다고 하는 그런 스타일은 이제 맞지 않는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적인 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꼭 필요한 리더쉽에 대해 말한다면?
A.
우리나라는 유교라든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망국의 길에 들었기 때문에 지도층이 많이 훼손되었다. 서양에서는 지도층 자체가 직업화 되어 그런 기능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도층이 약화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다. 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뉴스나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 이번처럼 아주 특별한 경우에 는 국민들이 의견을 내고 집회도 하고 하지만 대개 지도층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대중들은 자기 할 일만 한다. 지도층과 국민의 갭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지도층의 역량은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은데 국민들의 역량은 오히려 선진국보다도 높아서 그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도층에 있는 분들은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국가에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기능인데 그 기능에 대한 인식이 좀 없다. 정치라는 것이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가치를 배분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리더십 경향이 약화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정치에) 진입제한이 있고 들어갈 때 비용이 많이 든다. 더구나 잘못하면 패가망신하거나 다시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미래는 과거-현재의 연장선에 있으면 발전이 없다. 한 단계 점프를 해야 하고, 그런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링컨 대통령은 어느 날 갑자기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나타났지만
그런 기능에 대해서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다. 리더십이란 하나의 고유한 기능이기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옆에서 조언하시는 분들이 많은 리더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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