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칼럼] ‘공짜 점심’ 한 뚝배기 하실래예?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7-04-27 09: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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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헌문(憲問) 편에 나오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공자의 말씀은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사람들이 즐비한 시대에 너무 고지식한 교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공짜인 줄 알고 마구 먹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다.

 

▲ 안재휘 본지 논설고문,

前 한국기자협회장

경제학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자주 사용해 유명해진 이 말의 유래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에게 공짜 점심을 주곤 했는데, 공짜로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점심값은 사실상 이미 술값에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공짜인 줄 알고 먹었다가 낭패 당하는 일 비일비재

 

()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분가한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후보가 악전고투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도 낮게 깔린 지지율은 요지부동이고, 당내 의원들은 후보단일화를 놓고 분열상마저 보이며 바짓가랑이를 당기고 있는 형편이다. 그의 정치적 풍랑은 지난 201548일 새누리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시작됐다. 그날의 연설 한 마디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그는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이었던 134조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려면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한다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유승민의 정의로운 보수비토로 비극 시작

 

이례적으로 야당의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은 유승민의 그날 연설은 그러나 자신의 정치인생을 완전히 흔드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격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콕 집어서 얘기한 지 13일 만에 그는 원내대표 직에서 밀려났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공천에서도 배제됐다. ‘정의로운 보수정치를 기치로 내건 그의 정치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돌이켜보면, 어쩌면 보수의 개혁을 정부여당의 유일한 살 길로 보았던 그의 깨달음을 단칼에 비토해버린 박 전 대통령 역시 그 시점부터 참담한 비극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스며든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애초부터 잘못된 대선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없게 된 허물을 나눠지고자 했던 유승민의 반성을 끌어안고 일신해가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이 자꾸만 되짚어지는 것이다.

 

문재인·안철수의 무리한 복지공약 폭탄심각한 문제

19대 대통령선거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들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40조 원 안팎의 나랏돈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복지 관련 공약을 이행하는 데 매년 들어갈 나랏돈은 각각 20조 원에 달하는데도 제대로 된 재원조달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또다시 선심성 뻥튀기 공약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남용되는 복지공약 폭탄은 도무지 근절책을 찾기 어려운 악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제시한 연간 356천억 원이 넘는 전체 공약 재원의 절반이 넘는 187천억 원을 복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에 넣지 않는 42천억 원의 공공일자리와 56천억 원이 들어가는 교육비 지원도 사실상 복지 공약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도 공약(153) 이행에 소요되는 연간 409천억 원 중 복지 성격의 예산을 다 포함하면 모두 21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다시 선심마음껏 쓰고 나랏빚으로 때울 심산인 듯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5년간 200조 원 가까운 나랏돈 추가 지출을 약속하면서도 증세를 비롯한 재원 마련 대책은 뚜렷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원조달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은 탈루세금 과세강화’, ‘공평과세 구현등 슬로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 후보는 지출 절감’, ‘여유재원 활용등으로 재원의 절반 이상을 대겠다고 밝혔고, 안 후보 역시 비과세·감면 정비’, ‘재정개혁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사례에서 절약이나 감면정비 등으로는 연간 수십조 원의 추가 지출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후보들은 하나같이 증세라는 단어는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다. 선거에서 선심은 마음껏 쓰고 나중에는 유야무야하거나 나랏빚으로 때울 심산으로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논란으로 또다시 나라가 시끄러워질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공약(空約), ‘후손들 재산 강탈중대범죄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지난해보다 45조원(7.1%) 늘어난 682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적자성 채무는 올해 400조원에 근접해 6년간 92.1%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끔찍하다.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터트리는 무차별 복지공약 폭탄 세례야말로 시급히 청산돼야 할 적폐다. 민초들의 공짜심리를 노리는 이 같은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긴 하지만, 세세히 따져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재원조달 계획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확대로 나라곳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은 죄악시돼야 한다. ‘지금 당장 권력 움켜쥐자고 후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신랄한 비판도 있다. 유력 후보들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감추는 것은 공약 실현도 불가능하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병폐다. 대선주자들의 무차별 복지공약 폭탄에 미혹되는 것은 나라를 말아먹을 견리망의(見利忘義 :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에 다름 아니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문득 유권자 제위께 소리쳐 묻고 싶어진다. “‘공짜 점심한 뚝배기 하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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