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지루했던 세무사법 개정의 손익계산서

변호사 세무대리업무 일부 제한했지만
개정법 본질은 ‘세무시장 개방’ 명료화
그간 독점적 업역 안주해온 세무사업계
시대변화 직시 세무서비스 품질 높여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1-11-16 12: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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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2017년 사이 세무사자동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에게 기장 대행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토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세무사자동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는 기장대행과 성실신고확인업무가 제한되며, 헌법재판소가 허용 결정한 세무조정업무도 1개월 이상 실무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다여기에 변호사들에게 기장대리업무를 배제시킨 것은 한국세무사회의 선방(善防)’이라 할만 있다. 자칫 세무시장의 안방까지 내줄 번했던 상황을 모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무사업계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냉정히 손익계산을 해봤으면 싶다. 세무사회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세무사법의 입법 공백이 해소되고, ‘세무사가 명실상부 국내 최고 조세 전문가임을 국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됐다는 논평을 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세무사들의 독점적 영역인 세무시장에 빗장이 풀렸다는 점이다.

 

비록 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가 제외된, 세무시장의 제한적 진입이긴 하지만 일단 제방(堤防)에 구멍이 뚫리면 전면 붕괴는 시간문제다. 더구나 동등한 세무사자격 소지자 중 일부 층에 규제를 가하는 모순투성이 세무사법이 말썽 없이 굴러갈 것으로 믿고 있다면 너무나 안이한 판단이다. 정부에서 내준 똑같은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이쪽 길은 가도 되고, 저쪽 길은 가면 안 된다단서를 붙이는 '불공정'한 제도가 과연 정상인가. 언젠가는 또 한 번 터질 시한폭탄일 뿐이다.

 

실은 지난 세무사법도 첫 단추를 잘 못 꿴 탓에 수년간 여기에 매달려 아까운 정력을 필요이상 소진했다. 국회다 뭐다 뛰어다니느라 업계 미래에 대한 설계는커녕,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못나갔다. 여타 자격사 단체들은 회원 복지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동분서주 하는 동안 세무사회는 외곽단체로 부터의 업무영역 침해를 막는데 올인, 여의도(국회)를 찾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니 잘해봤자 본전 찾는 장사에 진을 뺏다. 그동안 독점적 업역을 유지해온 것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이에 안주함으로써 시대변화에 도전하는 창조적 정신을 잃은 것도 외려 독()이라면 독이다.

 

이제 세무사업계는 냉정한 성찰로 과거 회기식의 낡은 패러다임을 털어버리고 미래지향적 어젠다로 현실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기존의 고유업무방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담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장업무의 중시 개념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가 세무사계 내에서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적으로 세무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조세전문가다운 면모를 납세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첫째가 회원 자체교육의 중요성이다. 한국세무사회의 연수기구도 선진화된 커리큘럼으로 교육 내용의 고품질화를 꾀해야 한다. 세무사의 역량강화를 위한 특화된 부문 교육으로 비영리법인, 합병과 분할, 국제조세, 중소기업이나 비영리기관 회계감사 대비교육 등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단순 세금신고나 자료제출 대행에서 벗어나 세금컨설팅을 통해 고객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체교육의 일대 변신이 이뤄져야 한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세소송대리권쟁취에도 불을 다시 지폈으면 한다. 조세실무가 일천한 변호사에게는 세무업무의 길을 터주는 마당에, 정작 조세전문가인 세무대리인들에겐 조세소송대리권이 차단돼 있는 현실은 비정상의 극치다. 조세소송대리권과 같은 고품질서비스는 당장의 수익창출 여부를 떠나 세무사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수십 년간 발이 묶인 이른바 기장료현실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 기장료가 아닌 고 품질 서비스에 따른 용역제공 대가(對價) 개념으로 받아드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한 준비 교육으로 헌법, 민법, 민사소송법 등 일반 법률 교육의 상시화도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활동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복잡.다기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자연 전문가들의 역할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납세자의 경제적 활동과 관련한 제반 사안은 조세전문가들인 세무사들이 주도 할 때 비로소 이익이 간다는 점을 납세자에게 심어 주는 기본전략에 힘을 쏟아야한다. 이래야만 세무 또는 법률서비스 부문에서 납세국민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을 수 있으며, 유사단체들로부터의 업권 침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세무사회 집행부도 종래의 편협한 운영은 종언을 고하고 업계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들의 경험의 한계와 인식의 오류를 겸허히 인정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담대한 리더십을 보여 줘야한다. 현 집행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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