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가 이슈] "국세심사 회의장면 공개보다 부실과세 개선이 급선무"

세정가 “이것이 국세청 위상 걸 맞는 행보이자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길”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12-10 09: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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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세자들이 정작 보고픈 것은 국세심사업무 겉모습이 아닌
그들 눈엔 보이지 않는 ‘심사행정 내면’의 투명성과 공정성"

 

작금의 국세행정 운영은 속살을 내보일 만큼 투명도를 높이고 있다. 국세당국이 개청 이래 철저히 ‘노출’을 금기(禁忌)시 해오던 ‘심사 분야’의 오랜 관습도 과감히 뜯어 고치고 있다. 커튼 속에서 이뤄지던 심사행정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극히 제한적이지만 이젠 국세심사위원회 회의도 민간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국세청이 이달 초 불복청구 사건 심의기구인 국세심사위원회 회의를 처음 공개했다. 국민이 국세심사위원회의 공정한 심의과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납세자 동의를 받아 예외적으로 공개하게 됐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그동안은 납세자 과세정보를 보호하고 심사위원의 공정한 심의를 위해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현행 법령상 원칙에 따라 국세심사위원회 심의과정을 비공개로 운영해 왔다.


이날 회의는 납세자가 회의공개에 동의한 안건을 심의하되, 납세자 과세정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회의를 ‘비실명’으로 진행됐다. 세무사, 회계사 등 사전 참관인 모집공고에 응모한 20여 명이 참관했다. 기자, 대학원생, 세무와 무관한 개인 등도 일부 포함됐다. 국세청의 이 같은 변화는 심사결정에 자의성 개입소지를 차단,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유리창 세정’ 지향이다.


국세청은 이번 공개회의를 통해 국세심사위원회 회의진행 방식, 납세자 의견진술 절차, 심사위원 질의‧답변 등 심의과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정작 보고픈 것은 국세심사위원회 회의진행 절차가 아닌, 납세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사행정 내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더 나아가 과세불복을 제공하는, 부실 과세행정의 개선이다.


언제부터인가 국세행정 운영방향은 주(主)와 객(客)의 구분이 헷갈릴 정도로 기득권(?)을 내주고 있다. 바깥 모양만 본다면, 세정의 기본 틀이 세금징수에서 납세자 권익보호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만큼 납세자 다루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심사행정의 투명화가 보다 강요받는 것도 이 같은 시대적 산물이다.


그런데 이번 심사행정 공개 시도와 관련, 세정가 원로들은 의외(意外)의 충고를 하고 있다. 국세심사위 회의 공개보다는 조용히 과세행정의 품질개선에 힘쓰는 모습을 더 보여주라는 주문이다. 이러한 진솔한 모습이 외려 납세자들에게 더 공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납세자들에게 아무리 최상의 성의를 베푼들 부과처분자체에 무리가 있거나 형평성을 잃는다면 만사가 허사라는 얘기다.


납세자들은 과세불복 청구로 당초 부과처분을 뒤 엎는다 해도 본전을 못 찾는다. 당초 잘못 부과된 세금은 취소가 된다지만 세무대리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고스란히 납세자가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정신적 시간적 피해는 계산에도 안 들어간다.


이렇듯 잘못은 과세당국이 저질렀는데 그 비용은 엉뚱하게도 피해자 몫이 된다. 그런데도 납세자들은 잘못 부과된 세금을 시정해 준 당국에 대해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마치 병(病) 주고 약(藥) 주는 격인데도 말이다. 참으로 심성 고운 우리네 납세자들이다.


국세행정은 이런 점에서 매우 편리한 ‘2개의 손’을 갖고 있다. 국세심사 기구가 바로 그것이다. 한쪽으로는 징세(徵稅)라는 고유업무로 본의 아닌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세심(稅心)을 달래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고마운 ‘손’이 있다. 참으로 타고 난 복(福)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국세당국은 ‘징세업무’와 ‘심사업무’와의 조화(?)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세무대리인들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이들은 국세불복청구 ‘통로’마저 자꾸만 좁아지는 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청구 사안이 기각 쪽으로 기우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국세심판결정에 비해 사후 감사에 까지 대비해야하는 국세심사결정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청구안건을 심의하는 당무자들의 ‘의식’이다. 한마디로 불복청구사안 심리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너무 인색하다는 얘기다. 납세자의 승산이 다분한 사안마저도 청구인 논리에 귀를 닫는단다.


더구나 최근의 국세행정 기조는 납세서비스와 세무조사로 양분된다. 조사행정이 세정의 최 일선에 포진돼있는 현실은, 그만큼 부실과세를 유발하는 위험요소를 동반한다. 과세처분 공소유지가 부실해지는 것은 필연이다. 해마다 조세소송에서 국세당국의 패소로 인해 토해내는 엄청난 규모의 환급발생은 정도를 벗어난 과세행정의 헛발질이 낳은 것이다.


때문에 세정가 사람들은 심사행정의 공개도 중요하지만 과세처분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려는 사고가 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것이 국세청 위상에 걸 맞는 행보이자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는 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세당국자가 귀담아 들러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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