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과묵한 국세행정을 보고 싶다

국세청의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단’
세정·세제 문외한에겐 부담스런 칭호
기존 전문가시스템은 뭣에 쓰려하나
미시적 시각보다 거시적 세정을…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9-09-17 09: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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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주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단」이란 걸 출범시켰다. 국세행정혁신 추진과정에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개선의견을 펼칠 수 있는 공식채널 구축이다. 국민자문단에는 4개 분과(공정세정, 납세지원, 공평과세, 민생지원)를 대상으로 총 80명의 위원이 최종 선정됐다. 국세청 당국자는 “자영업자, 회사원, 전문직 등 폭넓은 참여로 다양한 납세자의 목소리를 국세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기대를 표했다.

 

국민자문단 참여자인 회사원 한모씨는 홈택스 등 온라인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여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정보 소외계층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고 싶어 참여했으며,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는 모든 사람이 세금 앞에 평등한 조세정의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근로. 자녀 장려금이나 학자금 상환제도 등 내 아이를 위해 보다 좋은 복지세정을 만드는 데 일익을 하고 싶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이처럼 국민자문단 참여자들의 지원 동기는 한결같게 진솔하고도 담백했다. 보통국민으로서의 소박한 꿈이 담겨있다.


하지만 좋은 일에 재 뿌리려는 게 아니라, 기구 명칭이 구성원에 걸맞지 않게 과대 포장된 거창스러움을 느낀다. 세무행정은 일반 조장행정과는 달리 특단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기술행정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부여된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단’이란 칭호가 걸맞지도 않거니와,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보인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賓)이다.

 

더구나 국세청은 전문가 그룹으로 형성된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등 여러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주변에 포진된 조세전문가 집단 활용만으로도 국세행정운영 모든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에 부족함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어떤 점이 부족하기에 세제·세정에 문외한인 순박한 납세자들로 ‘국세행정혁신 국민자문단’을 꾸려 무엇을 더 얻으려 하는지, 선 듯 이해가 안 간다.


언젠가, 국세청이 ‘국세행정의 공론화’를 천명한 적이 있다. 국세행정 모든 정책과정에 실질적으로 국민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는 국세행정을 투명화 함으로써 ‘유리알 세정’을 펼치겠다는 당시 국세청장의 의지에서 출발됐다. 이름 하여 ‘국민디자인단’을 중심으로, 시민참여 탈세감시체계인 ‘바른세금 지킴이’와 함께 ‘시민감사관’도 출범시켰다. 정책과제 발굴에서 설계·집행·평가 등 정책 전 과정에 국민 참여를 담보하는 담대한 세정모델 구축이었다. 하지만 그 후 국세당국이 이 제도 성과에 대해 별다른 발표가 없었던 것을 보면 변죽만 울렸을 뿐 용두사미로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조세학자들이나 세정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세제-세정분야다. 그러기에 당시 세정가 사람들은 ‘국세행정 공론화’에 우려를 표했다. 일반 국민들을 세정의 공론장(公論場)으로 끌어드려 여론화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각 계층으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여론분출에 국세행정이 휘둘리지 않을까 적잖이 우려를 한 것이다. 

 

국세행정은 권위와 신뢰가 생명이다. 그래야 납세 질서 유지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 구현에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여줄 것, 안 보여줄 것’ 가리지 않고 속을 드러내는 것은, 국세행정의 권위를 위해서도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국세행정혁신이란 것도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해 나가면서 각종 과세정보에 입각한 근거과세에 노력을 기우리면 그것이 곧 공정하고 투명한 국세행정이 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이런 사고(思考)가 국세행정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것저것 옥상옥(屋上屋) 만들어 운영을 하다보면 외려 핵심을 잃을 수 있다.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세정가의 오랜 격언이 왠지 공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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