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행정 정책결정을 ‘공론’에 부쳐야 하나

국세청장 신년사 엇갈리는 세정가 반응
모든 정책결정 국민의견 수렴도 좋다만
'度넘는 국민참여' 여론에 휘둘릴까 우려
세정은 기술행정 권위 잃으면 소탐대실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9-01-03 09: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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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우리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 경제전문가들도 비관적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자니 납세권(圈)의 반응 또한 예민하다. 나라살림을 뒷받침해야 하는 국세당국 분위기 살피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세수가 차고 넘쳤기에, 올해는 좀 여유로운 세정을 기대했건만, 그 예상을 접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세무조사권의 전방위(全方位)적 발동 같은 무거운 그림자가 눈에 아른거린다는 얘기다.  


이런 차제에 그제 한승희 국세청장의 새해 신년사는 국세행정 수장(首長)의 비범함을 넘어 경외감(敬畏感)마저 든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새해 첫걸음부터 난해하고 복잡한 과제들이 그의 어깨를 짓누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정심이다. 외려 국세행정의 초(超)긴장모드가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했던 납세권(圈)의 기우가 ‘지례짐작’으로 끝날 것 같다.


한 청장은 신년사에서 국민의 자발적 세정 참여를 누누이 역설했다. 그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세정혁신 국민자문단’을 신설하여 최종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상생하고 포용하는 세정” 구현이다.


아울러 ‘민생지원 소통추진단’을 본격 가동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큰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과 경제 동력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을 세정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물론 고질적이고 변칙적인 탈세행위 근절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편법과 탈법, 불공정 요소를 치유함으로써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사회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납세자들은 필요이상으로 국세청을 두려워한다. 특히나 기업들은 당국의 기침소리 하나에도 주눅이 든다. 국세청을 무서워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네 납세환경에 기인한다. 아직도 세법과 현실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갭으로 인해 국세행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납세자가 극히 드물다. 경우에 따라 국세행정의 ‘준법(?)운행’은 납세자들의 생사(生死)를 가른다. 그러기에 한승희 청장의 이번 신년사는 납세국민 입장에서 단비나 다름없었을 게다. 세정운영에 대한 국세청장의 소신이 납세권(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정가 원로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세무행정은 일반 조장행정과는 다른 기술행정 분야라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단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은 조세학자들이나 세정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세제-세정분야다. 그러기에 일반 국민들을 세정의 공론장(公論場)으로 끌어들여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각 계층으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여론분출에 국세행정이 휘둘리면 어쩌나해서다.


우리네 세법을 보자. 무엇이 잘못됐기에 시도 때도 없이 뜯어 고친다. 해마다 갖가지 세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나든다. 모두가 이유 없는 법안 없겠지만 너무 지나친 감을 지울 수 없다. 법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개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세법은 조세정책 외적 요인으로 순수성을 잃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치권의 표(票)퓰리즘 등 바깥여론에 휘둘리기 일쑤다. 여기에 이권단체들의 목소리도 가세, 우는 아이 젖 주기식이 되다보니 누더기 세법이 되고 만다.


세무행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때는 친근한 세정 이미지를 심기위해 ‘따뜻한 세정’을, 더 나아가 ‘납세자가 참여하는 세정’을 표방한 적도 있으나, 모두 용두사미가 됐다. 실은 세무행정은 그 특성상 따뜻할 필요도, 차가울 필요도 없다. ‘세무행정은 조용할수록 좋다’는 세정가의 오랜 격언에 많은 층이 공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용한 가운데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해 나가면서 각종 과세정보에 입각한 근거과세에 노력을 기우리면 그것이 바로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행정이 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납세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세청장의 일거수일투족에도 무게가 실려 있어야 한다.


우선은 납세국민 앞에 ‘당당하고도 강한 국세청’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납세질서 유지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 구현에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줄 것, 안 내줄 것’ 가리지 않고 속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국세행정의 권위를 위해서도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가 생각된다. 권위주의 털어내려다. 국세행정 권위 자체에 흠집이 생기는 우(愚)는 범치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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