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진의 관세이야기] NAFTA 재협상과 미중 무역전쟁

NAFTA 재협상…이상한 원산지 기준에 FTA 체결시 탈퇴 권한까지 포함
세계 1위 경제패권 꿈꾸는 中 '왕따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 다분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8-11-21 16:46:20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미국, 멕시코 그리고 캐나다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결과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30일 타결되었다. 미국 주도의 재협상이었던 까닭에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수익을 내고 있던 양협정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재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 협상의 과정도 NAFTA 최수혜국1)이었던 멕시코부터 우선 테이블에 끌어들여 잠정 합의를 한 후, 이 결과를 캐나다에 제시하여 참여하게끔 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3국간 재협정을 완성해냈다.


이 새로운 협정에서 이전과 다른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역시 그 대상 품목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라는 것과 그것의 ‘원산지 규정’(세번변경 및 역내부가가치 기준,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요건, 노동 부가가치 기준 등)을 대폭 강화하였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협정으로부터 특혜를 받는데 있어 필수인 역내산으로의 인정 요건이 기존의 것은 더욱 강화되고 이전에 없던 것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등 그 장벽을 매우 높인 것이 주요한 변경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승용차와 경량 트럭은 세번변경과 높은 수준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2)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을 의미한다. 특히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했다. 또한 자동차 생산에서 빠질 수 없는 원재료인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은 북미산이어야 한다.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 조건을 충족했다는 자동차 생산자의 연간 증명서는 다음 해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자동차에 적용된다.


뿐만 아니다. 노동 부가가치 요건(LABOR VALUE CONTENT: LVC)이라는 매우 특이한 조건을 붙였다.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치적 요소가 적극 관여한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3)할 수 있으나 간단히 요약하면 2023년 1월1일부터 승용차의 40%(경·중량 트럭 45%)은 시간당 최저 16 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만든 부품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LVC 기준은 국가의 입법부 활동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권 침해의 소지도 다분히 있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라마다 처한 경제 상황이 다르고 따라서 그에 맞춰 자국에서 정한 적합한 임금은 무시하고 적어도 협정에서 정한 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원산지 기준에 더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상한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협정에 참여한 국가가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협정에 포함된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에서 탈퇴할 권한4)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시장경제 국가는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자 할 경우 미국은 USMCA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WTO 회원가입 후 지속적인 요청을 하고 있으나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불투명성과 예측 불가한 정책집행 등을 근거로 여전히 ‘비시장경제’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정치·경제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항임을 엿볼 수 있다.


이 조항의 삽입은 단순히 자기 우방국이 중국과의 자유로운 교역을 못하게 막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와 FTA를 맺으면 이들 국가에 관세가 제거된 물품을 수출할 수 있고,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원상태 그대로든지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 전략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조항은 중국과의 FTA 체결 자체를 무산시킴으로서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중국은 캐나다의 제2교역국으로, 양국은 FTA 체결을 검토해왔었다. 이러한 협상을 EU와 일본과도 진행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으로서 전방위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진정 중국 ‘왕따 만들기’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미 FTA에서와 같이 NAFTA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개정 NAFTA의 명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EXICO-CANADA Agreement : USMCA)으로 하였다. 명칭에서 자유무역, 즉 FTA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NAFTA를 대신하는 협정인 USMC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님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무역을 자유롭게 하여 경제 규모를 확대한다는 경제적 접근인 본연의 취지가 아니다. 정치적 요소들을 곳곳에 삽입하여 경제를 왜곡하여, 그들의 또 다른 목적을 달성시키게 설계하였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상징되는 세계 패권국(Hegemon)의 반열에 올랐다. 종합적인 국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자기 의지대로 압박하여 조정할 수 있는 힘을 ‘패권(覇權)’이라 한다. 이러한 패권국의 지위를 얻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막강한 군사력과 기술력 그리고 소비력(경제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제1의 핵심적 요소는 가히 소비력(경제력)일 것이다. 군사력도 세계 패권국가의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경제 문제가 인간(국가)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을 생각할 때, 자국의 물건을 많이 사주는 나라에 아무래도 복종 아닌 복종을 하기 쉬울 것이다. 실례로 러시아의 군사력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막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 화폐를 언제든 찍어내어 외국의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미국 경제는 이러한 막강한 구매력으로 세계의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로 미국 경제는 적자일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를 감수하고도 비교 불가한 구매력을 앞세워 전 세계의 물건을 사들이 며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이 물건을 사들이는 나라 중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무역 수지 노트에 대규모 빨간 줄을 긋고 있는 제1의 나라이다. 2017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20조 원)로, 전체 미국 무역적자인 5,660억 달러의 66.3%에 달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국이 현재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데에는 그만큼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의 부(富)는 미국에서 기원한 것이다.

작금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무역의 엄청난 불균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음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우주 최강국으로서 유일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외로부터 많은 물건을 사들여야 한다.

 


눈치 빠른 이는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중국이든 아니면 또 다른 그 어느 나라가 됐든 간에 그들로부터 달러를 주고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미국이 패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숙명인 것이다. 적자 교역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패권의 지위를 스스로 버린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무역 분쟁의 원인이 단순히 중국과의 교역이 적자 때문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제조 2025’. 시진핑의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에서 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로 양적으로 성장했던 현재의 경제 구조를 질적 성장으로 도약한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즉 정보기술, 우주항공, 바이오 의약 등 최첨단 10대 핵심산업에 대해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집중 육성하여 첨단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패권을 쥐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낸 정책이다.


미국은 이런 점이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탈취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25’전략을 달갑게 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미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10월 4일 애플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중국정부의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좁쌀 크기의 마이크로칩이 발견됐다고 보도하였다. 문제의 칩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대만계 기업인 슈퍼마이크로의 중국 내 하도급 공장에 비밀리에 심어졌으며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지금 어떻게 보고 있는가이다. 미국은 중국을 기술 도둑, 산업 스파이로서 자국의 안보와 미래를 위협하는 불량국가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818개의 품목은 ‘중국 제조 2025전략’의 핵심인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제품들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 간다고 생각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반도체를 앞세워 미국을 제치고 세계 무역 1위의 경제대국의 야심을 비췄던 일본. 미국의 언론은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고까지 당시의 반도체 공세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대해 지금의 중국을 대하듯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실효가 나타나지 않자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엔화의 가치를 절상하도록 강제하였다. 이것이 ‘플라자 합의’다.


▲고태진 관세법인한림

대표관세사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가의 야심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관세, 환율, USMCA와 같이 타국과의 협정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대화도 하지 않는 지금의 상태를 넘어 협상의 테이블로 양 당사자가 앉게 된다면 제2, 제3의 플라자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이다.

 


미국의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어느 누가 집권을 하든 현재의 전시 상황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중국이 완전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무역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다시는 미국을 넘보지 못할 때까지 말이다.


시진핑은 좀 더 준비하고 때를 기다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국의 대외 정책으로 자신의 재능(才能)이나 명성(名聲)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韬光养晦]’를 선택했었다. 아마 덩샤오핑이 다시 살아 돌아와 지금의 중국 주석에게 ‘좀 더 인내하고 때를 기다리라’는 조언을 하지 않았을까?

 

글.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1) 미국은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2016년 –631.9억 달러, 2017년 –710.5억 달러 순적자를 보았으며, 캐나다로부터도 2016년 –121억 달러, 2017년 –175억 달러의 순적자를 계속하여 보고 있는 상황이었음.
2) 대부분의 승용차와 경량 트럭은 HS 4단위(heading) 세번변경 기준과 순원가법(net cost method)상 75%(중량트럭의 경우에는 70%) 이상의 역내부가가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함.
3) ○ 승용차의 경우 2023년부터(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 40% LVC 요건이 충족되어야 함.
- 고임금 ①재료 및 제조비용(25%p), ②기술 비용(10%p), ③조립 비용(5%p)
① 고임금 재료 및 제조비용(high wage material and manufacturing expenditures) : 구매한 부품 및 재료의 연간구매가치(Annual Purchase Value: APV)와 시간당 임금 16달러 이상의 자동차 조립 공장의 임금 비용이 자동차 순비용(net cost) 또는 총 자동차 조립 공장 APV에서 차지하는 비중
② 고임금 기술 비용(high wage technology expenditures): 매년 자동차 생산자가 R&D 또는 IT를 위해 임금에 지출한 비용이 생산 임금에 지출한 연간 총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③ 고임금 조립 비용(high wage assembly expenditure): 자동차 생산자가 북미에 위치하고 평균 생산 임금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인 엔진, 트랜스미션 또는 배터리 조립 공장을 소유하거나 그러한 공장과 장기 계약을 한 경우 최대 5%p 크레딧 인정
- LVC 기준은 2023년 1월 1일(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까지 4단계(30%→33%→36%→40%)에 걸쳐 순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함.
○ 경량 또는 중량트럭은 45% VLC 요건 충족되어야 함.
- 고임금 ①재료 및 제조비용(30%p), ②기술 비용(10%p), ③조립 비용(5%p)
4) 출처 : 10월 3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편집국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