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국세당국의 ‘납세자 밀착세정’ 바람직한가

현장 찾아가는 국세행정 기조 변화에
세무대리인들 역할 위축될세라 조바심
당국과 납세자와는 불가근-불가원인데
중재역 배제한 세정, 위험부담 없을까?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9-03-22 09: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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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세행정 기조가 납세자 밀착세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름 하여 현장 중심의 국세행정이다. 일찌감치 서비스 세정과 조사행정을 양대 축으로 세정기조를 유지해온 당국이지만, 이젠 납세자 중심 국세행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 하에 납세현장을 찾아간다. 여기에는 한승희 국세청장이 선봉장이 되어 몸소 뛰고 있다.

 

한 청장은 지난 20일에도 ‘납세자소통팀’과 함께 ‘오창과학산업단지’를 방문, 세정지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기업 및 혁신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세정지원을 적극 실시하고 있음을 알렸다.

한 청장은 이보다 앞서 ‘납세자 소통팀’과 함께 대구종합유통단지 내의 현장상담실을 방문, 영세자영업자들의 세금고충을 경청했다. 그는 앞으로 경영상 어려움으로 수입금액이 크게 감소한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선제적으로 발굴하여 납부기한 연장, 징수유예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진정성 있는 세정 차원의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 같은 세정기조에 세정가의 반응이 예민하다. 특히나 세무사업계는 국세당국의 현장 밀착세정으로 납세자들로부터 세무대리인의 존재와 역할이 과소평가될세라 조바심이 크다. 그래도 납세자들의 중요 납세의사 결정은 전문인 몫인데, 납세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납세권(圈) 역시도 당국의 현장 밀착세정을 그다지 반기는 표정은 아니다. 이벤트성 세정쯤으로 치부하는 납세계층도 적지 않다. 납세자들의 가장 큰 소망은 ‘과세행정 품질개선’에 있는데 납세자 소통주간과 같은, 규격화(?)된 소통행사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대리인 일각에서도 내심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른바 ‘서비스 세정’의 과유불급(過猶不及)론이다. 납세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세정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 하라는 고언이다.

 
실은 납세자에 대한 진정한 세정 서비스는 '공정'하고도 '적정'한 과세를 유지해 주는데 있다. 그 다음이 부수적인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공연히 디테일 한 부문까지 과욕을 부린 나머지 주된 기본업무가 부실해 진다면 당국이나 납세자 모두에게 득(得) 될게 없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세정의 일정부문은 세무대리인에게 위임해 주는 등의 공조(共助)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게 세정가의 지배적인 여론이기도 하다. 제한된 세정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도 보다 경제적인 세정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세당국은 세무대리인들의 고유 업무야 말로 ‘납세자 밀착형’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작금의 국세행정 기조를 보면 조사요원은 물론 일선직원 마저 납세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완충지대가 곧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이다. 때론 정도(正道)를 벗어난 당국의 부과처분에 분(憤)을 삭이지 못하는 납세자들의 세심(稅心)을 달래주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이렇듯 세무사들은 세정 최 일선에서 국세당국과 납세자간 중간 위치에서 세정의 윤활유 역할도 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네 납세환경의 현주소다.


때문에 국세당국과 세무대리인과의 공존관계는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국세행정은 홀로 가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너무 튀면 분식세정(粉飾稅政)이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국세당국과 납세자와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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