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非행시 출신들의 국세청장 등용은 魔의 壁인가

국세청 조직내부 지나친 인적 편향성
승진 보장되는 요직 행시출신들 장악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하나의 적폐
非행시와의 균형 있는 인사 아쉬워…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0-01-28 09:30:02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앞서 단행된 국세청의 고위직 인사를 보면서 국세청 조직내부의 인적 편향성을 새삼 실감한다. 중부‧대구‧인천국세청장을 비롯, 본청(국세청) 간부진을 개편한 이번 인사는 지난해 12월말 고위직 명예퇴직에 따른 지방청장 공석을 충원키 위한 것으로 예년의 인사 관례로 봐서 20여일 늦어진 지각인사다. 앞전 지방청장들은 구랍 27일 공식 퇴임했다.  


인사내용을 보면, 행정고시 출신들의 위세가 놀랍다. 국세청 내 요직 거의가 행시출신들로 포진되어 있다. 국세청장· 차장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7개 지방국세청장 가운데 대구청장만 유일무이, 세무대학(세대 3기-’85년 국세청 입문) 출신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차기 국세청장 역시도 행시출신이 발탁되리란 것은 불문가지다. 또 본청의 인적구조는 어떤가. 향후 승진을 보장(?) 받는 조사사이드 등 주요 파트마저 행시 출신들이 섬뜩 할 정도로 진을 치고 있다, 대부분이 행시 37~38회로 그 층이 두텁게 몰려있다. 비(非) 행시가 파고 들 틈이 없다.


이른바 전문인 청장시대를 연 80년대 후반에도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다. 전문인 청장의 원조(元祖)격인 서영택 청장 재임 시에는 행시· 비(非)행시 출신들을 고르게 등용, 행정의 균형을 꾀했다. 외려 행시 출신보다는 일반 또는 특별승진자들이 조사파트 등 요직에 기용됐다. 행시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세정 숙련공들을 우대했다. 세무행정은 기술행정이라는 특수성이 저변에 자리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직은 쓸 만한 인력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정가를 떠나는 관행에 모두가 익수해 있다. 이번처럼 1급 청을 비롯한 주요 지방청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는데도 별다른 반응 없이 지나갔다. 임자는 많고 갈 자리는 한정되다보니 물밑경쟁만 날로 치열해 진다.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여러 사람으로 쪼개 앉히는 인사운영도 다반사다. 직업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들의 수명(壽命)마저 ‘인사를 위한 인사’의 회생양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조직이 굴러가니 할 말이 없다. 어느 지방청장은 8개월도 못 넘기는 단명(短命)을 기록 했다. 하지만 장본인들은 그것 자체가 행운이다. 야전지휘관 한번 못해 보고 세정가를 떠나는 동료들에 비하면  ‘풀코스’를 거친 셈이니까.

 
더구나 요즘처럼 기수가 엇비슷한 행시출신들이 즐비한 승진가도(昇進街道)에서 비(非)행시 출신들은 명함 내밀기도 어렵다. 특히나 1980년 4월, 세무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에서 설립한 세무대학 출신들마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세대 선임기수들은 30여 성상 국세행정에 몸담아 오면서 현재 관리자급에 올라 있지만, 행시 출신에 비해 현저히 빛을 못보고 있다. 국세청장을 비롯해 서울청장 등 지방청장들 대부분이 ’93~5년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굳이 따진다면 세대 선임기수에 비해 연륜도 짧다. 그런데도 세대 1기생들 대부분은 수도권 청장 한번 못해보고 정든 세정가를 떠났다. 김재웅 서울청장(2015년 12월_세대1기)이 유일한 성공 케이스다.


당시 국세청 인사책임자는 그의 밑바닥 실무경륜을 높이 평가, 서울청장에 발탁했다고 유난을 떨었다. 당연한 인선에 합리적인 인사였는데 말이다. 이후 세대출신의 수도권 청장 진입은 대(代)가 끊겨진 상태다. 8급으로 출발해 현재 국세청 고위직에까지 이른 세무대학 출신 관리자들은 명실공히 세정 숙련공들이다. 산전수전 두루 겪은 ‘세프(chef)’는 고객들의 취향을 한 눈에 알아보듯, 긴 세월 축적된 세정현장 경험은 세심(稅心)을 옳게 읽는다. 세정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대로 짚는다. 이것이 그들 나름의 경쟁력이다.


그런데도 세무대학 출신들은 행시 층에 밀려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다. 이들의 승진가도를 가로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는 것인가. 검증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의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인식으로 인해 최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거야 말로 청산돼야 할 적폐중의 적폐다. 비(非)행시 출신 국세청장 등용은 마(魔)의 벽(壁)인가. 행시· 비(非)행시 출신들을 고르게 기용, 조직의 균형을 이루는 인사패턴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