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빛바랜 ‘납세자의 날’ 이대로 좋은가

아무 감동 없는 기계적 연례행사 매년 ‘어제와 같은 오늘’로 끝나
주인공인 납세자에게도 감흥 못줘, 차라리 ‘조세의 날’로 환원을…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9-03-11 08: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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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올해로 쉰 세 번째인 ‘납세자의 날’을 보내면서 잠시 상념에 잠긴다. 이 날의 행사도 예년처럼 아무런 감동이나 여운을 남기지 못한 채 ‘어제와 같은 오늘’로 끝이 났다.

 
정부가 ‘납세자의 날’이라는 아주 특별한 ’날‘까지 제정해 놓고 성실 고액납세자에 대해 훈.포장 등 푸짐한 상도 내려 주지만 그 날이 지나면 그만이다. 잔잔한 여흥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그것으로 끝이다. 겉으로만 떠들썩하게 납세자들을 모실뿐, 말 그대로 겉도는 행사로 굳혀진지 오래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이른바 선진사회라는 곳은 분명, ‘납세’에 대해서만은 생각이 유별한 것 같다. 말잔치가 아니라 진정성이 읽혀진다. 미(美)대통령의 대(對)국민 연설문에서 그런 배려가 묻어난다. 우리네처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 여러분(tax payers)…”으로 서두를 장식한다. 납세국민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이 늘 마음속에 스며있음이다. 이런 정서로 인해 그곳 성실납세자들은 소리 없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늘 존경의 대상이 된다.


우리의 경우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긴 납세자의 날이지만, 정작 이 날의 주인공인 납세자들의 존재는 오히려 외소 해짐을 실감한다.


우리네 납세자들, 겉보기에는 참 좋은 세상(稅上)을 살고 있다. 납세자들의 기본권이 명시된 현행 국세기본법을 보자. 이 법에 의해 제정된 ‘납세자 권리헌장’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런 말씀도 계셨나?’ 할 정도로 납세자를 상전 모시듯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헌장 역시도 ‘선언적 규정’ 쯤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헌장은 날로 보강돼 납세국민들의 권익이 완벽에 가까울 만큼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와의 온도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납세자의 날은 원래가 ’세금의 날‘로 출발 했다. 그러니까 국세청 개청 다음해인 1967년, 국민의 성실납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건전한 납세의식 고양을 위해 매년 3월 3일을 ’세금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그러다가 1973년 세금의 날과 ’관세의 날‘을 흡수 통합해 ’조세의 날‘로 이름을 바꾸더니 2000년 들어서 부터 다시 ’납세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제정 초기 세금의 날 행사는 그 규모나 분위기 면에서 가히 납세국민의 잔칫날다웠다.


우선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은 물론 수상자의 자긍심 또한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아마도 4회 때 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함으로써 납세자라면 누구나가 그 수상대열에 끼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국무총리 참석으로 그 격이 떨어지더니 어느 해에는 국세청장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기념식을 끝낸 적도 있다. 결코 납세자의 날을 화려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소한 납세자의 날 제정의 뜻을 살리면서 이에 걸 맞는 행사가 됐으면 싶은데 해를 거듭할수록 이날의 행사는 빛이 바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은 매년 납세국민 앞에 직접 나서 감사의 표시를 할만도 하다. 나라살림을 위해 성실하게 세금 내 준 납세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서도 그렇고 납세국민들의 성실납세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납세자의 날 기념식만큼은 여느 연례행사와는 달리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그런 분위기를 연출해 가야 한다.


이와 관련, 필자는 늘 이제껏 내려오던 ‘조세의 날’ 명칭을 ‘납세자의 날’로 바꾼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조세’라는 신성한 주체가 ‘납세자의 날’이라는 일반적 행사개념에 자꾸만 묻혀가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납세자의 잔칫날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조세’라는 주체를 놓고 정부와 납세국민 모두가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그런 ‘날’이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의 납세의식 제고라는 미래의 세원배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납세국민은 그들대로 세금이 공동사회의 공동비용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되새기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납세자의 날도 ‘어제 같은 오늘’이 반복 된다면 이는 국가 예산 낭비뿐 아니라 납세자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어선 '납세자의 날' 이대로 좋은가 ―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볼 시점 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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