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 관련 국세청 손 들어줬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로 33년만에 국세청 승소…4조원 이상 국부유출 방지
나홍선 기자 | hsna@joseplus.com | 입력 2025-09-18 17:11:25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해외에는 등록됐지만 국내에는 미등록된 특허에 대해 지급하는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대한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거쳐 국가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에 따라 1992년 이후 33년간 유지되던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해 지급하는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부과 또는 원천징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국에만 특허를 등록하고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미국 기업에게 우리 기업이 특허 사용의 대가를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는 경우 한.미 조세조약 상 사용료에 대해서는 특허 등의 ‘사용’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한 국가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특허를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 국가가 원천지국으로서의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도 그동안 우리 기업이 제조 등의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특허 기술 등을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 이러한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법원은 ‘특허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특허속지주의 법리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의 경우에는 한.미 조세조약상 원천지국 과세권 행사의 전제인 우리나라에서의 ‘사용’을 상정할 수 없으므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세청은 국제조세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판결이자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국내 과세권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국가재정 확충이라는 국세청의 근본 사명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유영 국세청 법무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불복 등의 세액만 추산해도 4조원을 넘어서는 규모인데 판례 변경이 되지 않았다면 모두 국외로 지급되어야 할 세금”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특허 사용료 지급은 현재 불복 중인 사업연도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십조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국세 체납관리단 발족, 국세행정 AI 대전환 등 굵직한 세무행정 어젠다를 발굴해 추진하던 임광현 국세청장도 “어려운 여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소송에 임해 주어 감사하며, 오늘의 결과가 곧 국세청의 저력을 보여 주는 성과”라며 소송수행자들을 격려했다.
 

임 청장은 이어 “앞으로도 국세청은 국부유출을 방지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밑바탕이 되는 국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당한 과세 처분을 끝까지 유지하고 국내 과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미등록특허TF 통해 논리 보완·증거자료 수집 등 많은 노력 기울여

 

국세청은 국내 원천지국 과세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세청은 특허의 ‘사용’에 대한 법인세법 개정(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2008.12.26.개정분)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소송에서도 패소한 이후, 본청과 지방청을 포함한 미등록특허TF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다.


국세청은 특히 TF를 통해 국제조세 전문가,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등 맞춤형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내부 변호사, 소송수행자 등과 본청이 협의해 대응 논리를 보완하고 논리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를 수집해 왔다.
 

또한 1979년 발효된 한‧미 조세조약의 체결과정을 추적해 50년이 다 되어가는 1976년 당시의 입법자료를 찾아 내고, 이를 바탕으로 조세조약의 문맥 해석에 대한 새로운 대응논리를 마련해 제출했다. 

 

이외에도 국가간 정보교환 등의 제도를 활용해 우리와의 조약체결 상대국인 미국에서도 특허의 등록지 기준이 아닌 실제 사용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자료와 관련 학술자료 등을 상세히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참 고

 

대법원 전원합의체(202159908사건) 선고 내용 일부 발췌

 

□ 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대법원 선고내용 발췌
○원고 SK하이닉스 주식회사 피고 이천 세무서장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반도체 회사인 원고는 미국 회사로부터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당한 후 미국 회사와 위 소송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미국에5는 등록되었으나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미국 회사에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과세 관청인 피고에게 원천 징수분 법인세를 납부하였습니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사용료가 국외에 등록되었을 뿐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으로서 국내 원천을 둔 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에게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이러한 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원심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이 침해될 수 없어 특허권을 사용하거나 그 사용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을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회사가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하여 받은 돈은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종전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원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면서 종전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특허의 사용 대가로 지급되는 사용료 소득의 원천을 해당 특허의 사용지로 정하고 있는 한미 조세 협약에서 특허의 사용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지입니다.


○즉 종전 판례대로 특허의 사용을 특허권의 사용으로 이해하여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은 국내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을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협약이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른 의무를 가진다는 한미 조세협약 조문을 근거로 국내 법인 구 법인세법에 따라 특허권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용하기만 하면 특허의 국내 사용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이하 중략)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결론에 관하여 봅니다.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사용료라도 그것이 그 특허권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합니다.
 

○한미 조세 협약에 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원천지국으로서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사용료가 단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는지 살피지 않은 채 곧바로 국내의 원천을 둔 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한미 조세 협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료의 국내 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나홍선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